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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장 취약한 목소리도 담아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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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3-14 11:38 조회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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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참 빠르다. 웬만한 음식점 요리를 배달 앱 하나로 집에서 받을 수 있고, 오후에 모바일로 주문하면 새벽에 물건들이 현관 앞에 배달된다. 행정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행정 서류를 정부24 사이트에서 발급받을 수 있고, 여권 재발급은 물론 출생신고처럼 중요한 신고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표된 ‘디지털 뉴딜’정책은 우리나라 정보통신(ICT) 산업을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대한민국의 빠른 업무 처리속도는 공공 빅데이터의 축적과 맞물려 더 진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존재하지만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사람들의 삶은 그 빨라지는 속도와 비례하여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쉽게 소외되는 듯하다. 디지털 위주의 사회는 옆에서 대신해줄 사람 없이 고립된 사람, 스스로의 빈곤과 어려움을 입증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제도의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공정한 민주주의는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열린 논의를 함으로서 가능해진다. 당사자가 열린 논의에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모두가 다 아는 당연한 이 과제를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저절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많이 담기리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자동화’를 핑계로 당연한 책임조차 방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빅데이터를 통해 아동학대를 발굴하고 막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실무는 엉성한 정보를 불완전하고도 방대하게 수집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 정보를 분석하여 실제 위험을 판단하고 현장에 뛰어가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사람’은 되레 감축하면서 말이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우회하려는 손쉬운 방법들도 문제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여러 위원회들이 대표적이다. ‘전문가 의견 수렴’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각종 위원회는 사진, 회의록, 보도자료가 나오는 실적용 도구가 된다. 도구화된 위원회는 세금 낭비, 내용 없는 회의, 진행 상황 및 결과에 대하여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등 여러 문제를 가진 채 정작 당사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요인이 된다. 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대규모 토론을 하는 방식도 한계가 있긴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그러한 방식의 토론은 긴 시간과 그에 수반하는 기회비용을 포기해도 먹고사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이익집단이나 세력화된 정치집단의 영향력 행사 도구로 변질되기도 한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기 어려운 장애인, 아동을 지원하며 매번 배우는 점은 ‘당사자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 당사자들이 세련된 언어로 논리 정연하게 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 연구용역이나 실태조사에 가늘게 드러나는 그 목소리조차도 정책을 만드는 데는 별로 고려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특정 취약 상황에 놓여 있는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직접 정책에 담으려면 우회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해당 의제를 삶으로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공정하게 선정한 후 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기회비용을 충분히 보상하면서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합의된 결론이 나오면 시범사업은 물론 입법까지 연결되도록 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조선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우산 의전’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사람이 사람을 서로 평등하게 존중하는 연습이 우선이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이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나라가 다가가 먼저 듣고 적극적으로 정책으로 수렴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은 생각보다 빨리 바로잡아지지 않을까.

 

출처: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0830030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