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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합법이라던 정신병원 강제입원, 왜 위헌 결정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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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4-16 23:58 조회2,0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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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합법이라던 정신병원 강제입원, 왜 위헌 결정 났을까

[광장에 나온 판결] 정신보건법 제24조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하며

16.10.10 16:34l최종 업데이트 16.10.10 16:34l 글: 김예원(pspd1994)

이 기사 한눈에

  • 정신보호법 제24조에 의거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로 인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헌재가 지난 29일, 이 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 헌재는 보호의무자에 대한 입원제도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며,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잃은 위헌적인 제도라고 판단했다.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보호의무자 2인이 동의하고 정신과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 즉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신질환자라면 사회 안전을 위해 격리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가 이 제도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제도가 현실에서 어떤 폐해를 양산해왔으며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김예원 변호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기자 말.

요즘 같은 세상에 강제입원이라니?

거액의 이혼소송 중 전 남편 측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879화 중 한 장면
 거액의 이혼소송 중 전 남편 측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879화 중 한 장면
ⓒ SBS 캡처

2013년 '그것이 알고싶다'는 거액의 이혼소송 중 전 남편 측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방영했습니다. 올 봄 개봉된 영화 <날, 보러와요>도 누군가에 의하여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납치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뒤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의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되는 일이 불법 아니냐고요? 1995년에 정신보건법에 도입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2016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이라고 판단되기까지 20년이 넘도록 합법적으로 행해진 일이었습니다.

합법이라고 해도, 이렇게 끔찍한 일은 실제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요? 아닙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정신보건시설의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약 1만여 건(해당 기간 전체 진정사건 중 18.5%)이었고, 2013년 정신보건통계현황에 따르면 국내 정신보건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총 8만462명 중 무려 73.1%가 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 때문이었습니다.

보호의무자가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많은 강제 입원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는 '민법상의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입니다. 부양의무자는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기타 친족(배우자, 혈족, 인척)을 뜻합니다. 부모님이나 자식, 남편과 아내는 떨어져 살더라도 부양의무자입니다. 삼촌, 외숙모, 시누이, 처형도 같이 살고 있다면 모두 부양의무자에 해당됩니다. 부양의무자나 후견인이 없을 경우에는 정신질환자가 살고 있는 곳의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됩니다.

강제 입원, 침해되는 기본권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병원 밖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물론, 약물을 투여받고, 격리방(감금방)이라는 곳에서 제압복(체포복)이나 테이프에 몇 시간 꽁꽁 묶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입원은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자의(自意)가 기본 전제가 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신보건법에는 ① 보호의무자 2인(또는 1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입원필요 소견이 있을 때 행하는 입원제도(제24조), ② 시장·군수·구청장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보호신청을 받고 전문의의 진단을 거쳐 행하는 입원제도(제25조), ③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로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자를 발견한 사람이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얻어 행하는 입원제도(제26조), 이렇게 총 3개의 자의 불문 입원제도가 규정돼 있습니다.

정신의료기관은 환자 수용 시 국가로부터 의료보장(의료급여 또는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에, 정신병원 입원 환자 수는 정신의료기관의 수익과 직결됩니다. 2014년 정신장애인지역사회통합 지원방안 연구에 의하면 정신요양시설 입소자의 대부분이 의료급여 대상자였습니다. 정신의료기관 또는 정신요양시설의 입원 환자 수가 줄어들면 해당 기관이나 시설의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 안에서, 피고용자인 전문의가 입원을 원하지 않는 환자의 마음을 볼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위 ①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위헌 결정은 9인의 헌법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었음에도, 즉시 결정의 효력이 발생되는 '단순 위헌' 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려졌습니다. 갑자기 위 조항이 위헌이 될 경우, 지금 이 제도를 근거로 병원에 입원돼 있는 정신질환자들의 입원근거가 없어지는 법적 공백 상태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지요.

결정의 의미, 그리고 남은 과제들

우리나라에서 정신병원 입원자의 자발적 입원은 24.1%(2012)에 불과하다. 입원환자 10명 중 7명이 폐쇄병동에 격리된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정신병원 병상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인간답게 살 환경, 치료를 제대로 받고 타인과 교류해도 되는 환경이지만 사회는 그들을 기꺼이 곁에 두고 감당할 맘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정신병원 입원자의 자발적 입원은 24.1%(2012)에 불과하다. 입원환자 10명 중 7명이 폐쇄병동에 격리된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정신병원 병상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인간답게 살 환경, 치료를 제대로 받고 타인과 교류해도 되는 환경이지만 사회는 그들을 기꺼이 곁에 두고 감당할 맘이 없다.
ⓒ pixabay

헌법 제12조에서 말하는 신체의 자유는 '신체의 안전성이 외부로부터의 물리적인 힘이나 정신적인 위험으로부터 침해당하지 아니할 자유와 신체활동을 임의적이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합니다. 보호의무자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되면, 일단 6개월 입원하게 되고, 이후 법이 정한 갱신절차에 따라 6개월을 초과해 계속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가 정신질환자의 신속한 치료 및 사회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4가지 정도의 이유로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잃은 위헌적인 제도라고 판단했습니다.

㉠ 입원 형태가 실제로는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임에도 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을 할 수 있게 하는 점, ㉡ 현실에서 재산 탈취나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큼에도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간의 이해충돌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없는 점, ㉢ 다른 입원제도에 비하여 입원 기간이 너무 길어 격리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은 점, ㉣ 아무런 사전 보호절차 없이 일단 인신 구속을 하고, 입원 후에야 사후통지를 하는 등 절차적 합법성이 매우 부족한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번 결정에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에서 비롯되는 인격권, 정신질환자의 법적 능력 관련 평등권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결정'은 사적인 사안에 대하여 공권력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입원은 많은 침습 행위가 예정된 의료행위이죠.

그런데 이 제도는 입원하는 사람에게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배제함으로써 자기결정권 실현을 가로막았습니다. 또한,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는 장애인의 법적 능력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비장애인인 보호의무자 및 의학전문가가 정신질환자의 법적 능력을 배제하고 강제입원 시키는 방식으로 평등권을 침해했습니다. 이런 세세한 언급도 이 결정문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정신질환자'라는 명확하지 않은 법적 개념과 '전문의의 재량'이라는 모호함이 맞물려 벌어지던 비극적인 강제 입원을 막는 큰 걸음입니다. 따라서 그 의미만으로 크게 환영받아 마땅합니다. 혹자들은 이 결정이 강제적인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의 적절한 치료를 막았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자의를 불문하는 나머지 2개(시군구청장에 의한 입원, 응급입원) 입원제도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이 나머지 제도들도 지난 5월 전부 개정된 정신보건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취지에 따라 차차 정비되어야 하겠지요.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하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 사회의 막연한 혐오가 없어지고, 정신보건을 사회 방위적인 수단으로 여기는 낡은 시각이 개선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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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예원 변호사(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입니다. 이 기고는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의 공식의견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블로그 및 슬로우뉴스에 중복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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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보호법 제24조에 의거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로 인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헌재가 지난 29일, 이 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 헌재는 보호의무자에 대한 입원제도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며,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잃은 위헌적인 제도라고 판단했다.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보호의무자 2인이 동의하고 정신과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 즉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신질환자라면 사회 안전을 위해 격리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가 이 제도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제도가 현실에서 어떤 폐해를 양산해왔으며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김예원 변호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기자 말.

요즘 같은 세상에 강제입원이라니?

거액의 이혼소송 중 전 남편 측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879화 중 한 장면
 거액의 이혼소송 중 전 남편 측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879화 중 한 장면
ⓒ SBS 캡처

2013년 '그것이 알고싶다'는 거액의 이혼소송 중 전 남편 측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방영했습니다. 올 봄 개봉된 영화 <날, 보러와요>도 누군가에 의하여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납치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뒤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의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되는 일이 불법 아니냐고요? 1995년에 정신보건법에 도입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2016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이라고 판단되기까지 20년이 넘도록 합법적으로 행해진 일이었습니다.

합법이라고 해도, 이렇게 끔찍한 일은 실제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요? 아닙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정신보건시설의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약 1만여 건(해당 기간 전체 진정사건 중 18.5%)이었고, 2013년 정신보건통계현황에 따르면 국내 정신보건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총 8만462명 중 무려 73.1%가 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 때문이었습니다.

보호의무자가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많은 강제 입원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는 '민법상의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입니다. 부양의무자는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기타 친족(배우자, 혈족, 인척)을 뜻합니다. 부모님이나 자식, 남편과 아내는 떨어져 살더라도 부양의무자입니다. 삼촌, 외숙모, 시누이, 처형도 같이 살고 있다면 모두 부양의무자에 해당됩니다. 부양의무자나 후견인이 없을 경우에는 정신질환자가 살고 있는 곳의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됩니다.

강제 입원, 침해되는 기본권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병원 밖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물론, 약물을 투여받고, 격리방(감금방)이라는 곳에서 제압복(체포복)이나 테이프에 몇 시간 꽁꽁 묶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입원은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자의(自意)가 기본 전제가 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신보건법에는 ① 보호의무자 2인(또는 1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입원필요 소견이 있을 때 행하는 입원제도(제24조), ② 시장·군수·구청장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보호신청을 받고 전문의의 진단을 거쳐 행하는 입원제도(제25조), ③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로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자를 발견한 사람이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얻어 행하는 입원제도(제26조), 이렇게 총 3개의 자의 불문 입원제도가 규정돼 있습니다.

정신의료기관은 환자 수용 시 국가로부터 의료보장(의료급여 또는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에, 정신병원 입원 환자 수는 정신의료기관의 수익과 직결됩니다. 2014년 정신장애인지역사회통합 지원방안 연구에 의하면 정신요양시설 입소자의 대부분이 의료급여 대상자였습니다. 정신의료기관 또는 정신요양시설의 입원 환자 수가 줄어들면 해당 기관이나 시설의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 안에서, 피고용자인 전문의가 입원을 원하지 않는 환자의 마음을 볼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위 ①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위헌 결정은 9인의 헌법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었음에도, 즉시 결정의 효력이 발생되는 '단순 위헌' 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려졌습니다. 갑자기 위 조항이 위헌이 될 경우, 지금 이 제도를 근거로 병원에 입원돼 있는 정신질환자들의 입원근거가 없어지는 법적 공백 상태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지요.

결정의 의미, 그리고 남은 과제들

우리나라에서 정신병원 입원자의 자발적 입원은 24.1%(2012)에 불과하다. 입원환자 10명 중 7명이 폐쇄병동에 격리된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정신병원 병상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인간답게 살 환경, 치료를 제대로 받고 타인과 교류해도 되는 환경이지만 사회는 그들을 기꺼이 곁에 두고 감당할 맘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정신병원 입원자의 자발적 입원은 24.1%(2012)에 불과하다. 입원환자 10명 중 7명이 폐쇄병동에 격리된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정신병원 병상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인간답게 살 환경, 치료를 제대로 받고 타인과 교류해도 되는 환경이지만 사회는 그들을 기꺼이 곁에 두고 감당할 맘이 없다.
ⓒ pixabay

헌법 제12조에서 말하는 신체의 자유는 '신체의 안전성이 외부로부터의 물리적인 힘이나 정신적인 위험으로부터 침해당하지 아니할 자유와 신체활동을 임의적이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합니다. 보호의무자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되면, 일단 6개월 입원하게 되고, 이후 법이 정한 갱신절차에 따라 6개월을 초과해 계속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가 정신질환자의 신속한 치료 및 사회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4가지 정도의 이유로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잃은 위헌적인 제도라고 판단했습니다.

㉠ 입원 형태가 실제로는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임에도 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을 할 수 있게 하는 점, ㉡ 현실에서 재산 탈취나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큼에도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간의 이해충돌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없는 점, ㉢ 다른 입원제도에 비하여 입원 기간이 너무 길어 격리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은 점, ㉣ 아무런 사전 보호절차 없이 일단 인신 구속을 하고, 입원 후에야 사후통지를 하는 등 절차적 합법성이 매우 부족한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번 결정에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에서 비롯되는 인격권, 정신질환자의 법적 능력 관련 평등권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결정'은 사적인 사안에 대하여 공권력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입원은 많은 침습 행위가 예정된 의료행위이죠.

그런데 이 제도는 입원하는 사람에게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배제함으로써 자기결정권 실현을 가로막았습니다. 또한,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는 장애인의 법적 능력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비장애인인 보호의무자 및 의학전문가가 정신질환자의 법적 능력을 배제하고 강제입원 시키는 방식으로 평등권을 침해했습니다. 이런 세세한 언급도 이 결정문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정신질환자'라는 명확하지 않은 법적 개념과 '전문의의 재량'이라는 모호함이 맞물려 벌어지던 비극적인 강제 입원을 막는 큰 걸음입니다. 따라서 그 의미만으로 크게 환영받아 마땅합니다. 혹자들은 이 결정이 강제적인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의 적절한 치료를 막았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자의를 불문하는 나머지 2개(시군구청장에 의한 입원, 응급입원) 입원제도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이 나머지 제도들도 지난 5월 전부 개정된 정신보건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취지에 따라 차차 정비되어야 하겠지요.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하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 사회의 막연한 혐오가 없어지고, 정신보건을 사회 방위적인 수단으로 여기는 낡은 시각이 개선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