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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문] 성매수 시도 들키자 "호기심에"… '죄의식'은 없었다 [탐사기획-누가 아이들의 性을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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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16 11:22 조회3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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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자(미성년자)인데요.’ 

‘알아요ㅋ 빨리 끝내드릴게요.’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쇼핑몰 지하 5층 주차장. 17세 여자아이로 가장한 기자들은 랜덤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 제안을 해온 ‘그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자신을 32세로 소개한 그에게 상대가 미성년자란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더 좋다” “15발(만원)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늘 보고 괜찮으면 장기로(오랫동안) 보자”고도 했다. 채팅앱에 뜨는 서로 간 거리는 3㎞. 채팅을 시작한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장소와 가격을 정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채팅앱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는 ‘신호’를 정했다. 자신이 주차한 위치를 알려주면서 차의 비상등을 켜놓겠다고 했다. 취재팀이 찾아갔지만 비상등을 켠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를 골탕먹이려는 가짜 문자였을까.  

 

세계일보 취재팀이 10월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5차례에 걸쳐 서울 영등포역 등 4곳에서 랜덤채팅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를 목적으로 접근한 남성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그때 주차된 차량들 너머 한 귀퉁이 그림자 속에 트레이닝복 차림의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서성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렇게 멀찍이 관찰하기를 5분가량. 그 사이 채팅앱으로 ‘어디냐’ ‘내가 찾아가겠다’는 그의 재촉이 날아왔다. 그의 미소 띤 얼굴 역시 점점 굳어갔다. 그가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취재팀이 그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채팅앱 보고 나오셨죠.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안에서 와이프가 옷 사고 있어서 기다리는 중인데요.” 

정말로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는 외려 “채팅앱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태연히 발걸음을 옮기는 그를 보고 기자들이 엉뚱한 사람을 붙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띠리리.’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자들이 채팅 중이던 메신저로 무료통화를 걸자 그가 쥐고 있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린 것이었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는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로 3개층을 오른 뒤 쇼핑몰 지하도를 건너 맞은편 도로변까지 쏜살같이 뛰어갔다. 취재팀이 15분 이상 쫓으며 인터뷰를 끈질기게 요청하자 그가 대로를 달리며 외쳤다. “호기심에 그랬습니다!” “안 그럴게요!” 지나가던 행인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봤다. 

기자들을 따돌린 그는 잠시 후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말 이번이 처음이에요. 호기심이 문제네요. 제 뒷모습을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보면 다 알 텐데 모자이크 확실하게 부탁드립니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10월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5차례에 걸쳐 서울 영등포역 등 4곳에서 랜덤채팅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를 목적으로 접근한 남성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세계일보 취재팀이 5차례에 걸쳐 서울 각지에서 만난 청소년 성매수 시도 남성 18명은 “계약에 의한 매매니까 괜찮다” “어린 아이들이 더 좋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발각에 대한 두려움만 있을 뿐 청소년 성을 사는 것에 대한 ‘죄의식’은 희미해져 있었다. 일부는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는 등 되레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듭된 설득 끝에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고백했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성(性)을 사는 데 별다른 차단장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번 경찰에 적발됐는데도…“끊기 어려워” 

‘그들’이 채팅앱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도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는다. 채팅앱은 ‘보안 정책상’ 이유로 화면 캡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방이 채팅방을 나가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모두 사라진다. 수사기관이 ‘그들’을 역추적하려 해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달 14일 기자들이 만난 직장인 A(36)씨도 이런 이유로 채팅앱을 ‘애용’한다고 했다. 그는 채팅앱을 통해 만난 청소년을 자기 집으로 데려갈 생각으로 현장에 나왔다가 기자들과 마주쳤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그는 지적인 인상에 고급 승용차를 몰며 명품 구두를 신고 있었다. 

“올 3월 우연히 채팅앱이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오늘까지 (성매매를) 6번 했어요. 부인이랑 이혼하고 혼자다 보니….” 

상대가 어린아이라는 점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청소년이 채팅앱에서 성매매를 많이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소년 성매매를 일종의 쇼핑처럼 대수롭지 여기는 듯했다. “(청소년이란 점이) 솔직히 걸리는 부분이 있긴 하죠. 그래도 서로 합의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만나서 얘기해 볼려고 했죠. 성매매 업소 그런 데가 불법이라고 하니 이렇게 (채팅앱을) 찾게 됐습니다.” 

그는 지난 5월 채팅앱으로 성매매를 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20대 여성과 현장에서 붙잡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그래도 채팅앱을 끊지 못했다. 그만큼 중독성이 컸다. 별다른 본인 인증 절차가 없다는 점도 이를 부추겼다. 다시 접속한 채팅앱에는 여전히 성매매 제안과 음란물이 넘쳤고, 그를 괴롭히던 일말의 죄책감도 금세 희미해졌다. 그는 이후 채팅앱을 통해 두 차례 더 성매매를 했다.  


“아무래도 (채팅앱이) 있으면 그렇죠. (술을 안 마시겠다고 다짐해도) 술집이 있으면 들어가는 거고. 반대로 술집이 없으면 술을 안 마시는 거고. 똑같은 개념 아닌가요? 있으면 사용하는 사람이 있겠죠” 

모자이크 처리를 신신당부하며 자리를 뜬 그는 며칠 뒤 공중전화를 이용해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왔다. “아는 국회의원 골프 비리를 알려드릴게요. 대신에 기사를 쓰지 말아주시면 안 될까요” 그리고 덧붙였다. “아시잖아요, 남자는 다 욕구의 노예 아닙니까.” 

◆“본인인증이라도 있으면 안 했을 것” 

지난 6일 서울 신촌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B씨 역시 기자들이 한참을 설득한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채팅앱에 처음 손을 댄 것은 한 달 전쯤. 그는 2000원을 충전해 ‘은밀한 채팅’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용을 제재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초 그는 “실제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청소년을 상대로 수차례 성매매한 경험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말들이 간간이 배어나왔다. 그는 주로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역시 ‘호기심’에 채팅앱에 손댔다고 말했다. 그렇게 접속한 채팅앱에는 이른바 ‘조건만남’을 암시하는 대화 소개들이 떡하니 올라와 있었다. 실제 음란한 대화도 오갔다. 호기심과 두려움은 점차 ‘만남’에 대한 확신으로 변했다. 그가 쓴 채팅앱 2개에 뜨는 ‘조건만남·음란채팅 금지’ 등 경고 문구들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고 문구는) 실효성이 없죠. 어떻게 보면 이게(채팅앱) 너무 그런 쪽(성매매)으로 가서 조금 안타깝긴해요. 100번에 1번 (현장에) 나올까 말까인데… 이렇게 나와 버렸네요. (채팅앱에) 본인인증 같은 게 있었으면 이렇게 하기가 어려웠겠죠. (기자들을 만나니) 좀 무섭네요.” 

특별취재팀 사회부=박현준·남정훈·권구성·이창수·김주영·김청윤 기자 winterock@segye.com 
영상팀=서재민·이우주 기자 
<십대여성인권센터, 공공의창 공동기획>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채팅앱에 17세 女 프로필 올려 성매매 제안 상대 골라 인터뷰 

세계일보 취재팀은 기존 언론보도 등을 바탕으로 청소년 성매매 중 상당수가 랜덤 채팅앱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10월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5차례에 걸쳐 서울 영등포구·서대문구·서초구·구로구에서 청소년 성매수 시도 남성들을 현장에서 만났다. 

채팅앱은 십대여성인권센터 모니터링 결과 청소년 성매매 제안이 오가는 것으로 파악된 5개를 주로 사용했으며, 17세 청소년으로 프로필을 만들어 접속했다. 

먼저 성매매와 유사성행위를 적극 제안하는 상대만을 대상으로 했고 채팅 과정에서 미성년자임을 분명히 밝혔다. 

여성 청소년의 대화 패턴, 청소년임을 암시하는 닉네임과 소개 등은 십대여성인권센터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매뉴얼을 만들었다. 

집요하게 통화나 사진을 통해 실제 여성임을 인증해 달라는 남성들에게는 미리 취재 협조를 통해 준비한 얼굴이 가려진 평상복 차림의 20대 대학생 사진을 보내거나 현장에서 시민 도움을 받았다. 

도움 주신 분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사라 챔피언 영국 노동당 의원 △임수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부장판사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현숙 탁틴 내일 대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박숙란 십대여성인권센터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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