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자문] 일반검찰ㆍ법원노동ㆍ복지환경ㆍ날씨교통ㆍ항공교육ㆍ학교사건사고 "아이들을 어른과 같이 보면 성 문제 못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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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16 11:23 조회1,76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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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아이들이 문제죠.’
아동·청소년 성매매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 시각은 엇갈린다. ‘어른들의 문제’란 시각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아이들의 책임을 강조하는 등 다소 보수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여론에 그동안 시민사회의 관련법 개정·규제 움직임이 동력을 잃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9일 “성장기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욕구조절 뇌기능 미성숙… 특성 이해해야”
전문가들은 정서·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을 어른과 동일선상에서 보기엔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장형윤 아주대 교수(소아·청소년정신의학)는 “청소년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충동적이라는 특성을 보인다”며 “뇌 발달 단계를 보더라도 많은 욕구에 비해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뇌 기능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학대나 방임을 당한 아이들의 경우는 주변에 대한 적개심과 인정 욕구 등 다소 엇갈리는 심리를 동시에 드러내기도 한다. 성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수사 과정에서 외려 가해자를 감싸거나 본인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 교수는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느낀다”며 “‘호의’를 보인 누군가에게 쉽게 의존하게 되고 ‘이 사람이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잘못된 요구도 곧잘 받아들이곤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청소년성폭력상담소 대표도 “아이들은 때로는 영악해 보이지만 착하기도 하고 어리숙하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며 “술·담배·결혼·계약·선거권 등 문제는 ‘아이는 안 돼’라는 시각이 강하면서 유독 성 문제만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 ‘매매’라는 용어 사용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에서 아동성보호법을 정비하며 가장 먼저 실시한 정책은 ‘아동 성착취’(Child Sexual Exploition)란 표현을 법률 용어로 쓰는 일이었다. 이 대표는 “‘청소년 성매매’라는 용어 사용 자체에 이미 ‘자발성’, ‘아이들의 책임’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꼬집었다.
◆“아이들이 집에 못 가는 이유 보아야”
전문가들은 성매매에 유입되는 배경에 주목한다. 가정해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1만1908건이었던 가정폭력 사건은 지난해 1만4707건으로 늘었고 가정폭력 112 신고건수도 27만9000건에 달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성매매 경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복수응답)에서 58.6%가 ‘가족 간 불화·폭력·폭언’을 가출 이유로 꼽았다. 아이들은 ‘가출하지 않았다면 성매매를 하지 않았을 것’(54%)이라거나 ‘성매매를 좋아서 하는 또래 친구는 없다’(74.7%)고도 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데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며 “성매매 유입 과정을 살펴보면 왜 사회의 책임이 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숙 대표도 “가해 청소년들은 부모 조력을 받아 법원에서 ‘교화 가능성’을 인정받는 반면 조력자가 없는 피해 청소년에겐 ‘재발 가능성’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의제강간 연령도 함께 높여야”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16∼18세), 캐나다와 영국, 호주(16세) 등에 비해 우리나라(13세)는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임수희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의제강간 연령이 18세”라며 “아이와 어른의 관계를 엄격히 금지하는 것은 ‘아이들의 성’을 사회가 먼저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보았다. 비대칭한 관계 속에 숨은 ‘위력’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도 “왜 이런 주장이 나오는지 맥락을 보아야 한다”며 “(의제강간 연령이 높아지면)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등 형법이 가진 일반적 예방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사회부=박현준·남정훈·권구성·이창수·김주영·김청윤 기자, 영상팀=서재민·이우주 기자 winterock@segye.com
<십대여성인권센터, 공공의창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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