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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문] [앵커의 눈] “장애 맞나요? 왜 기억이 바뀌죠?”…장애 이해 못하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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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16 11:27 조회1,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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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장애 맞나요? 왜 기억이 바뀌죠?”…장애 이해 못하는 법원

[앵커]
지적 장애 2급인 한 여성이 있습니다.

한 남성이 맛있는 걸 주겠다며 모텔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곤 3만 원을 주면서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이 남성, 성폭력 특별법으로 재판을 받았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무죄였습니다.

이유를 볼까요?

1심 법원은 여성이 '속아서' 모텔을 간건 맞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속아서' 성관계를 가진 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여성이 성관계의 의미를 판단할 만한 능력이 있었다는 겁니다.

2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2심은 성매매였다고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모텔에는 '속아서' 따라갔다가 합의해서 성매매를 했다는 건데, 정말 그랬을까요?

선뜻 납득하기 힘든 판결들, 이밖에도 적지 않은데요.

전문가들은 법원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김민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저항하지 않았다면 합의한걸까.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싫어도 하라고 하면 했어요. 선생님이 하라면 해야 됐어요. 그래야 착하다고 했죠. 어떻게 갑자기 가해자의 요구 앞에서는 단호해질 수 있을까."]

수준 높은 단어를 사용하면 지적 장애가 없는걸까.

[김예원/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지적 수준이) 3살, 4살이라고 하는데 만나서 대화해 보면 3살, 4살처럼 말하지 않거든요. 판단을 그렇게밖에 못 한다는 거예요. 말을 그 수준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장애의 특성도, 정도도 모두 다른데, 끊임없이 신빙성을 의심받곤 합니다.

[김예원/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시간·방향·숫자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지적장애가 나온 거잖아요. 그런데 '네가 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으니 네 진술은 일관됐다고 보기 어려워.'"]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성이 과연 특정 사실을 기억하거나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인가부터 확인하지 않고 '어? 왜 그걸 기억 못하지?'"]

가해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 '이례적 행동'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성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낼 수 있단 말이죠.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가 어떻게 다음날 가해자한테 하트를 보내? 이건 서로 동의한거야.'"]

[김예원/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내가 생각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을 이례적 행동이라고 표현하잖아요. 비장애인 입장에서 생각을 하니까 '얘가 원한 거네.'"]

가장 중요한건 피해자 관점에서 보는 겁니다.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황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봐라. 가해자가 피해자의 취약함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보는게 맞는거죠."]

[김예원/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한층 더 장애에 대해 고려해야하고 사회 문화적 맥락이 고려돼야해요. 기존의 판례 해석만으로는 (가해자들이) 다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요."]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