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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 복지부 “학대 피해 즉각분리 1건”…달갑잖은 ‘1호’에 가려진 ‘아동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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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3-11 10:40 조회6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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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분리제도 시행 후, 지방자치단체·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의 협업을 통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로 학대 피해 의심 아동을 보호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즉각분리제도 시행 후 분리아동 보호현황’ 보도참고자료의 한 단락이다.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아버지가 지속적으로 아동에게 통화를 시도하는 등 접근을 멈추지 않아 즉각분리를 적용했다는 내용이다. 

즉각분리제도는 1년 내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한 아동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학대 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 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자체가 즉시 아동을 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 일시 위탁해 원가정과 분리하는 제도로, 지난달 30일 시행됐다. 요컨대 제도 시행 후 일주일 만에 성과를 1건 거뒀다는 게 자료의 골자다. 

의문이 꼬리를 이었다. 아동학대가 여전히 많다는 건가? 일주일 단위로 즉각분리 현황을 공개한다는 건가? 정부가 일을 잘해 아이들 안전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건가? 

전문가들은 “왜 이걸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7일 “숫자에는 결정의 이유, 부모와 떨어진 아이의 경험, 분리 이후 회복, 분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이 전혀 담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복지부가 진정 신경써야 하는 것은 분리 이후 아동의 삶과 일상의 회복”이라며 “자료는 정부가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드러낸다”고 했다. ‘한 아이가 부모와 강제로 떨어지는 것’에 담긴 삶의 무게를 숫자 1로 축약해 실적으로 내세운 데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복지부는 “언론의 지속적인 문의가 있었다”고 했다. ‘언제 첫 사례가 나오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따른 예외적 공표였다는 것이다. 담당자는 즉각분리 실적을 주기적으로 공표할 계획은 없으며, 최소 3개월 이상 사례가 누적돼야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자료는 첫 사례에 집착하는 취재 관행과 복지부의 무심함이 합쳐진 결과인 셈이다. 황옥경 전 아동권리학회장은 “즉각분리 1건이 100건이 되면 100명의 아이들이 안전해졌다고 할 수 있느냐”며 “숫자가 어른들의 책임을 가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언론과 정부의 관심이 ‘건수’보다는 ‘회복’에, ‘즉각분리 1호’보다는 ‘한 아이의 행복’에 맞춰지길 바란다며 한 말이다.

 

출처: 경향신문(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10407224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