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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문] 장애인 이동권 요구마저 ‘혐오’ 덧씌운 이준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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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7-08 11:59 조회7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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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시간 지하철 탑승 시위
“수백만 볼모로 한 독선·아집”
공권력의 물리적 대응 필요 내비쳐
여성 혐오 이어 또 갈등 조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제48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제48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로 규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뒤 사회적 의제 조율에 나서야 할 정당 대표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혐오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서울시민 볼모로 무리한 요구”…페이스북에 잇따라 글올려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불특정한 최대 다수의 불편이 특별한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는 투쟁방식을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의 질서는 무너진다”라고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사흘 동안 7개의 글을 잇달아 올리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그는 지난 25일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장애인 승객에게 정차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출입문 취급을 위해 탑승제한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공권력의 물리적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연일 “볼모” “인질” 등의 표현을 쓰며 이동권 보장 시위를 비난하는 것을 두고 전형적인 혐오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이기적이라고 몰아가 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특정 집단을 겨냥해, 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명백한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를 정파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적었다. 장애인단체들이 ‘정치적 시위’를 하고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20여년 넘게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해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곧 여당 대표가 된다”고 우려했다.

 

 

“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도 뚜렷…명백한 혐오발언”

 

그는 특히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억울함과 관심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지하철을 점거해서 ‘최대 다수의 불편’에 의존하는 사회가 문명인가”라고 적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최대 다수인 시민’ 대 ‘이기적인 장애인 단체’로 갈라치기한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도 젠더 갈라치기가 국민들에게 공감을 받지 못했는데도 이에 대한 성찰 없이 갈등을 풀 의지와 능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로서의 위상과 역할보다는 자기 정치만 더 중요하게 여기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당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에 사과하는 의미 등을 담아 28일 열리는 전장연의 출근길 이동권 보장 요구 시위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성숙한 정치인이라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서 애써야 하는데, 섣부른 판단과 언어 사용을 통해 오해나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성숙한 반응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종성 의원도 “(이 대표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립이라던지 공권력 등의 발언이 장애인 단체의 감정을 자극한 부분이 있다”며 “누가 옳다 그르다 싸울 문제가 아니고 정치권에서 최대한 의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단체 시위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갈등은 정치권이 이용할 소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업”이라며 “더 이상의 갈등 조장을 멈추고, 곧 집권여당이 될 정당 대표의 말의 무게를 깊이 상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