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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문] [단독] 인수위 이어 민주당도 ‘지하철 시위’ 장애인 단체 만난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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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7-08 12:10 조회7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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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9일도 시위 계속
시위 현장서 인수위 임이자 간사 만나기로
국회에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면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이동하는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진행하며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해 혜화역으로 향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이동하는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진행하며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해 혜화역으로 향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장애인 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 편성을 확실히 약속하라”면서 지난 24일부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재개한지 28일로 5일째를 맞았다. 이 시위를 연일 비판하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이 제기된 후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29일 시위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도 전장연을 만나기로 하면서 지하철 시위가 새 국면을 맞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2.3.28 연합뉴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2.3.28 연합뉴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기간뿐만 아니라 대선 후 출범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도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들을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한 상태였다”면서 “민주당이 관련 법안 통과를 중요 의제로 채택해 책임 있게 이행할 것을 약속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민주당이 전장연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장연은 29일 오전 출근길 시위를 마치고 바로 국회로 이동해 같은 날 오전 10시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와 최혜영 의원 및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및 특수교육법 개정 등 4대 입법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다. 장애인이 배우고, 일하고, 시설 밖으로 나오기 위해 필수적인 입법들이지만 이동권이 보장돼야 달성 가능한 목표들이라고 전장연은 설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김예지(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2.3.28. 연합뉴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김예지(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2.3.28. 연합뉴스

인수위도 전장연과 만나기로 했다. 인수위는 이날 오후 “임이자(국민의힘 의원)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와 김도식(서울시 정무부시장) 위원이 29일 전장연 출근길 시위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간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장연의) 요구사항을 잘 정리해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인수위와 민주당 모두 ‘향후 추진하겠다’와 같은 원론적인 말이 아닌 구체적인 이행 약속을 해야 한다면서 이 약속이 전제되지 않으면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8시쯤 경복궁역에서 25차 지하철 시위에 나서면서 “2001년 1월 70대 장애인이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21년이 지났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기본권인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선 전 모든 정당에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였으나 윤 당선인은 지금까지 답변이 없다. 인수위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시민단체가 28일 서울 3호선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하고 있다. 2022.3.28 연합뉴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시민단체가 28일 서울 3호선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하고 있다. 2022.3.28 연합뉴스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은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1999년과 2001년에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가 잇따르자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와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외쳤다. 외침이 결실을 맺어 2006년 1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 시행됐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와 같은 교통 약자들이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목표로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정부는 법을 근거로 저상버스 도입 확대를 약속하며 스스로 목표를 제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2013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절반 이상을 저상버스로 하겠다는 약속, 목표를 낮춰 2016년까지 시내버스의 약 41%를 저상버스로 바꾸겠다는 약속, 다시 지난해까지 시내버스의 약 42%를 저상버스로 하겠다는 약속이 다 허언이 됐다. 실제 저상버스 도입률은 2013년 16.4%, 2016년 22.3%, 지난해 27.8%로, 아직도 30%에도 못 미친다.

서울 지하철(1~8호선) 역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사의 비율도 2017년 89.9%, 2019년 91.4%, 지난해 93.0%로 더디게 늘고 있다.

사진은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부근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는 모습. 2022.3.25 연합뉴스

▲ 사진은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부근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는 모습. 2022.3.25 연합뉴스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은 “시민들이 평소 오전 8시에 대중교통을 타는 휠체어 이용자를 많이 보지 못했을 만큼 장애인 이동권 제약이 큰 것이 현실”이라면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당시 일부 시민들은 “아침부터 왜 이러냐”면서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많다. 직장인 박모(30)씨는 “누가 사람들한테 미움받으려고 시위를 하겠나. 그만큼 절박하니까 저렇게 시위하는 것 아니냐”면서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하도록 만든 정부를 비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25차 출근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3.28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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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25차 출근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3.28 뉴스1

전문가들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립 구도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2000년대 중반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때도 지금처럼 반대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제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엘레베이터를 당연하게 이용한다”면서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인 이동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하철 시위 이후로 현재 전장연에 협박 메일 등이 수도 없이 오고 있다. 자칫하면 장애인이 혐오범죄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반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요구사항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 2022.3.22 연합뉴스

▲ 사진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반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요구사항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 2022.3.22 연합뉴스

노금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대중교통은 성별, 인종, 장애와 상관 없이 모두가 이용 가능해야 하는 교통수단“이라면서 ”저상버스 도입률,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100%여야 모두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로운 이동권이 보장돼야 장애인들도 원하는 곳에서 교육을 받고 노동을 할 수 있다”면서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을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보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예산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연·손지민·오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