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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문] ‘청주 중학생 사건’ 비극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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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7-12 11:19 조회1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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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과 그의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청주 중학생 사건’ 가해자 의붓아버지에게 9일 1심보다 높은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김유진)는 이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친족 강간죄) 등 혐의로 기소된 의붓아버지 ㄱ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중학생인 의붓딸에게 여러차례 아동학대와 성범죄를 저질렀고 딸의 친구에게도 성범죄를 저질렀다. 지난해 5월 피해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장은 “피해자는 아버지로부터 성폭행당했음에도 그로 인해 가족이 해체될 것을 두려워하며 극심한 내적 갈등과 심적 고통을 당했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이들 중학생의 피해사실이 담긴 판결문을 읽으며 여러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처럼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친족 성폭력 사건 가운데 40.8%가 15살 이하 여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친족 간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가해자에 종속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가해자 분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이 지난달 27일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친족 성폭력 발생(신고) 건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신고된 친족 성폭력 사건은 409건(불상 15건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396건으로 전체의 96.8%를 차지했다. 15살 미만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167건으로 전체 409건 가운데 40.8%였다. 친족 성폭력 범죄 10건 가운데 4건이 여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던 것이다.

 

성폭력 피해만큼이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사법절차가 끝날 때까지 가해자 가까이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청주 중학생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신고 뒤에도 의붓아버지와 안전하게 분리되지 못한 채 지속적인 통제에 놓여 있었다.ㄱ씨의 구속영장은 여중생들이 숨진 뒤에야 발부됐다. 피해자·가해자 분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가 좋은 사람으로 변해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친족 성폭력의 경우 재발 확률이 높다. 또 다른 가족까지 동원돼 피해자를 회유해 죄책감을 심어주고 진술을 번복하도록 만들 우려도 크기 때문에 피해자·가해자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가해자 분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허민숙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지난 8일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방안 : 청주 여중생 투신 사망사건이 남긴 과제’에서 “피해자인 딸이 의붓아버지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딸의 뜻이었지만 경찰은 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가정에서 자신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로부터 성학대를 당한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때로는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가해자가 아니면 그마저 돌봐줄 어른이 없는 것에 대한 현실적 두려움이 그 배경”이라며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분리를 거부하는 심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분리 조처에 대한 규정이 허술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2조는 ‘재학대 위험이 현저한 경우, 아동학대 행위자를 피해 아동으로부터 격리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 아동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허 조사관은 “아동의 의사를 제외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률 또는 규칙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자가 피해 아동의 보호자인 경우에는 수사 개시와 함께 아동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해 아동을 보호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분리 조처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 분리’가 아니라 ‘가해자 분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분리가 돼도 피해자는 삶의 터전에서 짐을 싸서 떠나 숨어 지내고, 가해자는 지내던 곳에서 계속 편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동의 경우, 형사사법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가해자가 집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피해자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