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애인 인권 위한 그녀의 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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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5-15 11:18 조회2,49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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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위한 그녀의 소걸음
곽정숙 기념사업회는 ‘곽정숙 인권상’ 첫 수상자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36)를 선정했다. 곽정숙 기념사업회는 “김 변호사가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 법률 지원 등으로 장애인 인권 활동에 혼신을 다해 첫 수상자로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척수장애인으로 평생 장애인 인권을 위해 활동하다 2016년 타계한 고 곽정숙 전 의원의 뜻과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상이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해왔던 일 때문이라기보다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차원에서 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
김예원 변호사는 자신을 두고 “성격이 직업이 된 사람이다”라며 웃었다. 이해가 안 되거나 부당한 일을 보면 이해될 때까지 물어보고,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린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은 김 변호사는 스스로를 장애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장애인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다. 2012년부터 2년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에서 일하며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을 맡은 이후 이 길로 들어섰다. 2014년에는 ‘장애인 노동자가 일하다 의족이 파손된 것도 업무상 재해’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1심은 의족을 탈·부착할 수 있다는 이유로, 2심은 신체 부상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한 바 있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면 휠체어가 못 타는 버스 이야기만 나온다. 장애인의 권리는 이동권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정보접근권이나 문화향유권 등 인간의 기본권 모두에 걸쳐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하는 시각장애인에게 품목을 읽어주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에는 사회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할 일이 많다고 느꼈다.”
2014년부터 3년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에서 상임변호사로 일했다. “주변에서 신고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2017년 비영리 법률사무소 장애인권법센터(02-562-5562)를 설립했다. 수임료도, 후원도 받지 않는 공익변호사다.
13년 넘게 노동 착취를 당한 사건을 맡았는데 법원이 피해액을 220만원만 인정했을 때처럼 무력한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가해자 쪽을 쳐다보지도 못하던 피해자가 한 번 쳐다보게 되고, 말 한마디 못하다가 소리도 칠 수 있게 되는 등 자신이 당한 피해가 자기 탓이 아님을 알게 되고 강해지고 치유되는 피해자들을 만날 때” 보람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 김 변호사는 요즘 가해자에게 길들여져 피해를 당했다고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에 “미투를 하기조차 어려운” 장애 여성의 성폭력 피해 사건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여섯 살, 세 살 아이의 엄마이자 오는 6월 셋째를 출산할 예정인 김 변호사는 임신 8개월째에 접어든 지금도 부지런히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지금 하는 일을 오래오래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