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터뷰] 오늘도 법 앞에서 평등한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장애인인권변호사 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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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5-15 12:27 조회3,2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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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아 마땅한 한국 여자
100인의 릴레이 인터뷰, 한국여 자전

충분히 멋지지만 자기 평가에 인색한 한국 여자들을 위한 강제 칭찬기!
성공보다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김예원, 라이프타임이 당신의 삶을 칭찬합니다. 




"나는 [ 하고싶은 일을 하는 ] 중이다"

한국여자전, 그 마흔여덟 번째 인터뷰

Profile

이름 : 김예원
직업 : 변호사, 활동가
취미 : 걸어다니기

오늘도 씩씩하게 걸어 다니며
장애인 인권 문제와 싸우는
장애인 인권 변호사 김예원를 만나다.



Q. 하시는 일과 일을 하시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A. 저는 현재 장애인이 장애를 원인으로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하는 경우, 혹은 그 사람이 무연고자이거나 주변에 지지체계가 없어 혼자 그 상황을 헤쳐 나오기 어려울 때 그 사람의 편이 되어 무료 법률조력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재단법인 동천에 처음 입사하면서 특히 장애인 인권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사건을 지원하게 되었었는데요, 그 사건들을 계기로 장판(장애인판, 장애인계)에 입문하게 되었어요.



Q. 일을 하시면서 성취감을 느끼신 적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성폭력을 당한 장애 여성들을 많이 지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간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분명히 장애를 이용한 성폭력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그루밍(일명, 길들이기)이 오랜 기간 동안 있었기에 피해자가 그 상황을 자신에 대한 피해 상황으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경우 피해자에게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드는 일부터 많은 준비와 소통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이후에 그 분노감이 스스로를 해치지 않도록 옆에서 함께 지지하고 분노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런 과정에서 피해자가 단순히 피해의 객체가 아니라 사건을 통해 성숙되고 나아가는 생존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가해자 이름만 들어도 눈물을 흘리던 모습에서 나중에는 자신에게 한 잘못된 행동을 당당하게 법정에서 말하고 그간의 감정까지도 최선을 다해 이야기할 수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 정말 큰 성취감을 느껴요.





Q.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이 있으신가요?
A. 게리 하우겐의 '정의를 위한 용기'를 감명 깊게 읽었어요. 저자가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과정을 보며 용기를 얻었거든요. 책은 저자가 아버지, 형과 함께 험한 산에 오르는 여행으로 시작됩니다. 너무 어렸던 그는 초입부터 지쳐버렸고, 자신은 산 입구에 있을 테니 아버지와 형에게 다녀오라고 말하죠. 그렇게 밑에 남아 둘을 기다리던 저자는 곧 지루해졌고 산에 함께 올라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어요. 기쁜 표정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형을 보고 그 후회가 더 커졌다고 해요. 저는 이 경험이 저자가 지금 하고 있는 귀한 일들의 씨앗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왜 공익변호사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가는지, 왜 변호사가 영리활동을 하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를 지원하는 공익활동만 전업으로 하는지 의심에 찬 질문들을 많이 받아요. 그 이유는 간단해요. 이 길이 낯선 길이라 두렵고 힘들 것 같기도 하지만, 막상 걸어가는 길에서 함께 만나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는 경험들이 저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새로운 도전도 주저하기 보다는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최대한 가보려해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신가요?
A. 제 꿈은 이 일을 오랫동안 재밌게 하는 거예요. 장애인 인권 활동은 순간순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수준이 되어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리고 두 아이를 기르고 있고 지금 뱃속에 자라나고 있는 셋째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면, 엄마가 이렇게 재미있게 사는 어른이라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며 살고 싶어요. 돈에 찌들고 생활의 쳇바퀴에 지쳐있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넉넉하진 않아도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하는 일을 이야기하고 함께 기도하고 웃는 엄마가 되는 것이 제일 바라는 꿈이에요.





Q. 취미가 있으신가요?
A. 별도로 여가생활을 위한 시간을 내기 힘들어서, 일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려고 합니다. 일의 특성상 상담이나 재판을 다닐 때가 많고, 특히 피해자의 조력자가 되고 한 편이 되어 발맞추어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분들과 피해자분들을 만나러 다녀요. 씩씩하게 걸어 다니며 그분들을 만나고 이야기 듣는 방식으로 여가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 매년하고 계신 '한어울림 모임'에 대해 알려주시겠어요?
A. 한어울림은 저희 외가댁 4대, 약 100명 정도의 친족들이 모여 진행하는 가족 체육대회에요. 지금 벌써 3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는 집안의 전통인데요. 매년 일 년간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꽃을 피우고, 하하 호호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임이에요. 체육대회, 레크레이션, 총회, 바자회까지 알차게 진행되는 이 모임을 저는 정말 사랑하고 아끼고 있어요. 긴 시간 이어져 온 전통 때문만이 아니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허례허식 없이 아끼고 걱정하고 깔깔댈 수 있는 것이 참 좋아하기 때문이예요. 개인이 강조되는 요즘, 한어울림 덕분에 온 가족이 일 년에 한번 큰 충전을 한답니다.





Q. 나는 [    ] 중이다.
A.
저는 원치 않는 의료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되었어요. 그 이후에 막연히 '이런 식으로 억을 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세상에 참 많을 텐데 그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을 '변호사'라고 적었었는데,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참 감사해요. 처음부터 장애인권 활동을 전담하는 변호사로 활동 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흘러 흘러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참 좋아요. 장애인 당사자로서 이 일을 한다기보다는, 세상에 연대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 그리고 공동체들과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참 신나거든요. 그래서 세상의 큰 힘을 갑자기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함께 웃으며 조금씩 바꿔 나가는 이 일이 좋고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