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터뷰] 김예원 변호사의 디지털 디톡스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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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17 23:14 조회1,5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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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변호사의 집에는 ‘휴대폰 쉼터’가 있다. 말 그대로 휴대폰이 쉬는 곳이다. 얼마 전까지 휴대폰 쉼터는 종이로 된 달걀박스를 재활용해서 만들었다. 달걀박스는 휴대폰 쉼터로 딱이다. 적당히 각도가 있는 데다가 여기저기 홈이 있어서 ‘툭’ 던져놓으면 ‘착’ 맞았다. 지금은 새 쉼터를 들였다. 플라스틱 박스에 칸막이를 만들어 부부의 폰을 나란히 꽂아둔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집을 ‘디지털 청정 구역’ 내지 ‘디지털 디톡스 존’으로 소개한다. 집 안에서는 휴대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텔레비전도 아예 없다. 가족과의 상호작용을 위해서다.  

 

"퇴근 후에 ‘질 높은 상호작용’을 많이 하려 해요. 도심 속 일상에서도 소통할 소재가 많거든요. 길을 걷다 보면 새 소리도 나고, 풀벌레도 많고, 개미도 기어 다녀요. 그렇다고 동영상 시청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함께 시청하면서 ‘저건 뭐야, 왜 그럴까?’ 식으로 소통하면서 보면 좋은 도구죠.”

그의 일곱 살, 네 살, 두 살배기 세 아이는 스마트폰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스마트폰은 아이들을 잠잠하게 만드는 마법의 수단이지만, 이 세 꼬마는 모르는 세상이다. 처음부터 없는 것과 가진 것을 뺏는 건 다르다. 어릴 때부터 ‘난동 잠재우기’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본 적이 없다 보니 아이들은 스마트폰 영상을 아예 찾지 않는다. 

“스마트폰 중독을 북극곰 사냥법에 비유한 책을 읽었죠. 북극곰한테 총을 쏘면 흰 털이 온통 피로 물드니까, 대신 큰 칼을 얼음에 꽂아두는 사냥법이 있대요. 북극곰은 난생 처음 보는 칼을 혀로 슬쩍 핥아보는데 너무 차가워서 베이는 느낌이 없다고 해요. 자기 피가 맛있으니까 계속 칼을 핥다가 결국 과다 출혈로 사망해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각 못 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거죠.”


SNS 모음 폴더명 ‘인생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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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두 얼굴을 지녔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지식과 지혜가 가득한 보물상자가 될 수도, 게임 중독과 SNS 중독으로 이끄는 늪이 될 수도 있다. 김 변호사는 스마트폰을 보물상자로 활용하기 위해 몇 가지 룰을 정했다. 

첫째, 문자 메시지나 SNS 등의 알람을 켜두지 않는다. 문제는 업무 처리 속도. SNS 등으로 주고받는 업무에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를 대비해 그는 메시지가 쌓이지 않도록 정해진 시간에 휴대폰을 체크하고,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급한 일은 문자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어뒀다. 

둘째, SNS를 담아둔 폴더명을 ‘인생 낭비’로 해뒀다. 수시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이 문구는 경고장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그가 SNS를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방송 출연과 가족들과의 일상 등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개인 브랜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김예원 변호사는 비영리 법률사무소인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변호사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그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진짜 배려가 어떤 차원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말미에 이 말을 꼭 써달라고 했다. 

“제 철학이 다 맞다고 할 순 없어요. 아이마다 성향과 기질이 다르고 성장 환경도 다르니까요. 다만 실리콘밸리에서 IT로 부와 명예를 일군 명사들이 왜 자신의 아이들한테는 스마트폰을 늦게 사주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