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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람을 구하는 사람의 힘 -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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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2-18 14:21 조회2,0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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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및 정리 홍보팀 김정민 차장

사진 김예원 변호사 제공


출처 : 법률신문

Q오랜 시간 장애인‧아동‧여성 인권 침해 사건 소송을 무료로 지원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익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A많은 분들이 제가 장애인권법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이 의료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경험 때문인 걸로 생각하시는데 그렇게 숭고한 목적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변호사로 일을 시작할 때 돈 버는 변호사가 되기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요. 처음 일하게 된 곳이 공익법률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재단법인 동천이었는데 굳이 계기를 꼽자면 그때의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Q정인이 사건이 잘 알려지기 전부터 해당 사안에 관심을 기울이셨고, 사건이 국민적 이슈가 된 후에는 아동학대 방지 법안 개정 등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계신데요.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아동 중심의 사고 전환”입니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서 아동을 위한 조치인지 아니면 행정적 편의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사건들 가운데 아동 관련 분야가 가장 해결이 어려운데요. 그 이유는 아동에게 발언의 기회나 권리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상한 정책이 나와도 당사자가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대처가 불가능한 거죠. 또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여러모로 부족한 것도 현실입니다. 정인이 경우도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는데 한참 지난 후 갑작스럽게 여론이 급물살을 타면서 뒤늦게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게 된 거니까요.

Q정인이 사건 이외에도 자녀를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지켜내기 위해 주변의 이웃들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A저는 오히려 일반 시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가 담당해야 할 일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구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도 신고의무자들은 수차례 신고를 하고 제 역할을 다 했음에도 막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일반 시민으로서 더 애써야 할 점이 있다면 아동학대는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아동을 괴롭힌 가해자들이 특별한 사람들 같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어요. 아동학대는 힘이 약한 아동들이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맘 놓고 폭력을 행사한 경우들입니다. 가해자들을 무조건 악마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가난이나 정서 불안 등의 이유를 들어 가해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두둔할 필요도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정인이 사건의 경우 이례적으로 피해 아동의 얼굴이 공개된 사례였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피해자의 초상이 공개되거나 피해 사실이 상세히 언급되는 것이 또 다른 피해나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는 없을까요?

A범죄 피해자의 신상 공개는 현행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하지만 이번에 정인이 얼굴이 공개된 것은 이제 제발 끔찍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선례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3번의 신고, 12명의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아동 학대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인터뷰를 통해 말한 적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인이 얼굴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절실함만큼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출처 : YES24

Q장애 인권을 주제로 에세이와 동화를 출간하기도 하셨는데요. 2권의 저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A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100년 남짓한 길지 않은 삶 속에서 누구나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장애인 관련 법률지원을 하면서 가장 슬프고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사회적 약자일 때예요. 자본가나 권력가가 저지른 일이라면 싸울 힘이 생기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을 얻으려고 피해자를 착취한 사례들을 볼 때 크게 절망하곤 합니다. 제가 만나는 피해자들이 대단히 무능력하거나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쓰게 되었어요.

Q가슴 아픈 사연들을 수없이 마주하시면서도 지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A혼자가 아니라 늘 함께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장애인권법센터는 수익활동을 하지 않다 보니 다른 분들을 고용하기는 어렵지만 사건을 처리하면서 피해자들과 연대감을 느끼기도 하고, 큰 사건 같은 경우에는 변호사 모임이나 여러 인권단체들과 함께 일을 합니다. 여러 사람들과 짐을 나누면서 계속 나아갈 힘을 얻는 것 같아요. 혼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하는 해결사다 생각하고 일을 하면 지칠 수밖에 없는데 늘 누군가와 소통하고 함께 걷는 동행자라고 생각하면 다 해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

Q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일이나 이루고픈 소망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