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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언제나 당신의 시선으로"... 약자를 위한 '원더우먼' 김예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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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3-11 09:53 조회9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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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중)"

김예원(사시 51회)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변호사는 대화하는 사람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영화처럼 사랑에 빠지지 않아도 좋다. 긍정, 명랑, 따스함 같은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는 김 변호사는 함께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감탄을 자아내며 그의 삶을 배우고 싶게 만든다.

진눈깨비가 옅게 흩날리는 날, 한 독립서점 통창 너머로 자전거에서 내려 들어오는 김 변호사가 보였다. 그는 기자들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말을 건넸다. 김 변호사는 이웃집 언니처럼 친근했고, 말에서는 보편적 인권을 향한 남다른 열정이 묻어났다.

그는 소통의 달인이다. "지적장애인 모임에 가면 다들 제가 같은 지적장애인인 줄 안다"고 웃으며 말했다. 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중증장애인과도 막힘없이 대화하고, 법률상담도 한다. 사건 종료 후에는 친구로 남기도 한다. 한밤 중이라도 괴로워하는 장애인이 전화로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다. 

"오랫동안 의붓 아버지의 성폭력에 노출된 지적장애 여성을 대리한 적이 있어요. 1심에서 이미 증인신문을 했는데도 2심에서도 증인을 신청해 마치 성희롱처럼 느껴질 정도의 적나라한 질문지를 보내왔더라고요. 그래서 질문 취지는 살리되 의뢰인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피해자의 언어로 치환해 질문한 뒤, 증언 영상을 찍어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과 소통하면서 직감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밖으로만 나돌지 않고 집에 있기 위해서"라고 자격증 취득 이유를 말했지만, 그렇게 취득한 자격증은 모두 ‘사회복지사’ ‘성폭력전문상담원’ 자격이다. 약자를 향한 김 변호사의 진심이 묻어난다. 

"장애인 성폭력 상담을 해보시면 생식기와 성관계 등을 표현하는 말이 사람마다 각기 다릅니다. 어떤 분은 ‘성관계’를 '생리'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일단 라포 형성(Rapport builin,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관계)이 되면 상대방의 언어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그 언어에 맞춰서 대화를 합니다. 최대한 당사자의 시선으로 사건에 접근하는 거죠.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성폭력 피해자 상담방법을 구체적으로 익힌 게 도움이 됐습니다. 직감적으로 조심하는 것과 배워서 조심하는 건 확실히 다르거든요. 물론 배운 걸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김 변호사는 돈을 받지 않는 변호사로 유명하다. 형편이 어려운 의뢰인의 수임료는 사양하고, 수임료를 낼 수 있는 의뢰인은 받지 않는다. 사무실 운영비는 연구용역비와 강의비, 원고비 등으로 전부 충당한다. 매달 41곳 가량의 단체에서 꾸준히 기부를 해오고 있다. 어쩌다 큰 돈이 들어오면 그동안 여유가 없어 돕지 못했던 곳에 기부를 한다.

“생각해보니 돈만 포기하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겠더라고요. 활동비를 벌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만 있다면 공익활동을 하는 거죠. 제 아이들도 변호사가 사회적으로 잘나가고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고 인식하지 않아서 좋아요. 이제는 법률가가 예전처럼 부와 명예와 영광을 주는 직업도 아니잖아요. 법이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 일에 만족합니다.”

늘 밝기만 한 김 변호사가 가끔씩 분노할 때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볼 때다. 그는 지난해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해당 제도는 1년 이내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을 일시 보호시설이나 학대 피해아동 쉼터에 입소하게 하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적 상황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 아이가 스스로 학대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아이에게 집으로 다시 돌아가겠느냐고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하면 네가 시설에 갈지, 그러면 어떻게 살게 될 지' 등의 설명은 해주지 않았고요. 아이는 별 생각 없이 당장 집에 가기 싫어서 일단은 안 가겠다고 대답했어요. 그 아이가 1년이 넘도록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그는 아이 신변에 큰 변화를 주는 문제를 세심한 배려없이 통보하기만 하는 행정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아동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면서 정작 아동의 생각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에서도 아이 의사는 반영되지 않아요. 심지어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이는 당사자를 완전히 외면하는 처사입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렇게 의사를 무시하는 사건을 많이 접하다보니 사회 곳곳에서 사람이 '도구'로만 취급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제가 돕고 있는 장애인들이 이런 상황을 더 많이 겪고요."

마지막으로 김 변호사는 공익 활동에 관심을 갖는 후배 변호사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동이든 장애인이든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변협에 있는 위원회나 변호사단을 지원해보세요.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연락을 해서 돕고 싶다고 말해보세요. ‘30분 상담을 해드릴 수 있다’ 정도도 괜찮습니다. 조금씩 발을 담그는 거에요. 이렇게 하다보면 본인이 공익활동과 맞는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공익활동에서 보람을 느끼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면 점점 외연을 넓혀 나가보시길 바랍니다."

/김민주 편집장·임혜령 기자

출처: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24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