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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자문]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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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5-15 10:36 조회1,8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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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답사회' 대한민국,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답을 찾다 - ③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

2018-03-25 13:20:12

정부가 장애인의 권리 증진을 위한 각종 법률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장애인에게 험한 나라다.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보급률은 목표치의 절반도 안되는 19%에 불과하다. 고용부담금을 내고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기업도 허다하다. 지난 10년 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처벌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에 따라 장애인 10명 중 7명 이상은 "여전히 장애인 차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실성 있는 법률과 실효성 있는 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이동권 = 생존권

25일 보건복지부의 '2016년 전국 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1만1051명이다. 20명 중의 1명이 장애인인 셈이다. 하지만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장애인을 보기가 어렵다. 장애인에겐 생존권과도 같은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권은 생활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입니다. 노동권, 학습권, 행복추구권 등 이 모든 것이 자유로운 이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이용되고 있는 저상버스와 장애인을 위한 택시는 그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관련 정책들을 재검토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청원인의 말처럼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은 생존권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제3조는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유명무실했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를 위해 도입된시내버스 저상버스 보급률은 19%다. 보급 목표율인 41.5%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전국의 시외·고속 버스 1만730대 중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는 0대다.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고속·시외버스 업체 대표 등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국교부와 기재부는 인권위의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속·시외버스 업체들은 "휠체어 승강 설비 설치에 과도한 비용이 소용된다"며 권고안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정영선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스템이 매우 열악하다. 정부는 '내년에 예산을 반영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 도입을 검토해보겠다'는 식의 소극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교통약자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동권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향유해야 하는 것"이라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강화해야

▲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2.6%가 우리 사회에 장애에 대한 차별 인식이 많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으로서 살아온 세월을 돌아본 결과, 세상은 장애인에게만 험했습니다. 같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차별금지법을 강화해주세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고용, 소득,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4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2.6%가 우리 사회에 장애에 대한 차별이 많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장애인의 38.8%가 초등학교 생활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47.1%가 학교생활에서 또래 학생으로부터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직 기간 중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35.8%로 높았다. 또한, 응답자의 45.4%가 보험계약을 할 때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현행 법상 장애인을 차별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차별행위의 악의성을 판단하는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시행 10년 동안 처벌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벌칙 조항에 대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영선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경과를 깊이 반성하고, 제도 개선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을 도입하고, 그 외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행위가 고의적·악의적일 때 실제 손해액의 3배 이상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로 불법행위를 처벌하고 유사한 부당행위를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예원 장애인 인권법센터 변호사 역사 "미국 장애인법(ADA)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장애인 차별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며 "장애인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벌 조항을 강화한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인 권오용 변호사는 "정부가 나서서 차별금지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실행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장애인 재활국 총책임자(커미셔너)를 두고 장애인 재활과 직업 훈련 등을 돕는다"며 "우리 정부도 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기구를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장애인 일자리 문제 정말 심각합니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업체에 고용부담금을 높여 법으로 강력하게 제재해야 합니다. 장애인 의무 고용비율을 높여 다양한 기업에서 편견 없이 많은 장애인을 뽑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2017 장애인백서'를 보면, 우리나라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8.5%다. 전체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인 63.3%의 절반 수준이다.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인구 고용률인 61%에 비해 현저히 낮은 36.1%를 기록했다.

장애인고용법상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근로자의 5% 범위에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용부담금을 내고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발표한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 민간사업체 부담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장애인 의무고용부담금으로 납부된 금액은 5210억원이다. 기업이 낸 고용부담금은 2012년 800억원에서 2016년 1100억원으로 4년 새 300억원이 증가했다.

송 의원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늘리기 위해 부담금 부과체계를 세분화해 시행중이지만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 고용 미이행 부담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정된 만큼 이제라도 장애인 고용에 대기업이 앞장서 정부의 고용정책 방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건강성과 경쟁력이 기업 구성원의 다양성에서 도출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장애인 고용을 단순한 배려가 아닌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고려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의무고용률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사회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선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애인 인권 신장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선 중앙 및 지방 정부와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고 사기업들에도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해 장애인들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장애인고용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