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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자문] 가정폭력 ·아동학대 매년 급증… 대책 없는 초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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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16 11:35 조회1,4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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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이 연간 2만건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데다 피해아동이 열흘에 1명꼴로 아동학대로 숨지는 등 심각한 수준이지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현장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동학대범죄는 특성상 사적 공간인 주거 내에서 주로 발생한다. 가정폭력 및 피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영장 없이 현장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 등이 조사를 반대하는데 영장도 없이 개인의 주거에 함부로 들어가 조사를 실시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경우 손해배상이나 형사소송 등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출입 조사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사건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 영장주의의 예외 사유를 명시하는 등 입법적 개선을 통해 경찰의 적극적인 조기 개입과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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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범죄 급증= 아동학대범죄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아동학대 건수는 1만87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5578건이던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치솟은 수치다. 

 

 

143068.jpg가정폭력·아동학대 연도별 건수

 

학대를 받아 사망하는 피해아동 수도 크게 늘었다. 2016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36명에 달한다. 열흘에 한 명꼴로 어린 목숨이 희생된 것이다. 이 수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수사기관에 직접 접수되거나 의료기관에서 아이의 사인을 학대로 판명했는데도 아동전문기관에 보고되지 않은 사례 또는 살해된 후 시신이 유기돼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사례 등까지 고려하면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아동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만8700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친부와 친모가 가해자인 사건은 각각 8295건과 5923건으로 76.1%에 달했다. 계부와 계모가 아동학대를 한 경우는 394건과 362건으로 전체의 4%에 그쳤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가정 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43068-1.jpg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

 

 

아동학대범죄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가정폭력사건도 급증 추세다. 경찰백서에 따르면 가정폭력범죄 검거 건수는 2008년 1만1461건에서 2016년 4만5619건으로 4배 이상 치솟았다.

 

◇경찰의 '현장 강제출입'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가정 내에서 아동학대와 폭력범죄가 자행되고 있지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부모 등 가해자가 조사를 거부할 경우 강제로 집에 들어가 현장조사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찰개입의 한계요인과 법제도적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경찰관 33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영장 없이 강제출입을 할 수 있는 요건은 충분하다'는 설문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 경찰은 2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0.8%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아동학대처벌법과 가정폭력방지법 등은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법경찰관리가 사건 조사를 위해 관련 장소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영장없이 들어갔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소송 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아동학대 등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경찰관의 61.4%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법률에서 경찰활동을 보호한다(형사책임, 손해배상)'는 설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응답자는 12.8%에 불과했다. 한 경찰관은 "아동학대 범죄가 맞다고 확신이 들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지만, 신고 내용이 애매할 때는 경찰관들이 따고 들어가도 되느냐에 대한 판단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헌법·형소법에 영장 없이 압수수색 가능 예외사유 명시해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사건 등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영장없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사유를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면책 가능한 예외사유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경찰이 조기에 아동학대 사건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현욱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경찰의 주거 내 진입은 합헌적으로 인정되는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한다"며 "이점이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법률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의 주거 내 개입 권한 발동 요건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법률에 상세하게 열거돼야 한다"며 "헌법 제16조 주거의 자유 규정에 피해자 구호목적의 긴급수색을 영장주의 예외로 선언하는 것이 가장 명확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목포 실명 아동학대 사건'에서 피해자 변호를 맡은 김예원(36·사법연수원 41기)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헌법에 영장주의라는 대원칙이 있어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현장조사에 대해 극렬히 저항하면 경찰이 못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라며 "전체적으로 영장주의를 완화하기는 어려워도 (일부 사건에서) 영장주의를 완화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들을 참고해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온다든가, 신고자가 긴박한 피해자의 소리를 녹취해 신고한다든가 하는 등의 경우에는 강제 출입조사가 가능하도록 구체적으로 입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경찰법에 '급박한 위험의 방지를 위해 특정 장소, 가택에 출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가택출입과 수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