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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자문] “‘점자’ 수능기출문제 제공”… 수년째 묵살하는 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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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16 12:09 조회4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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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훼손·조작위험 내세워
“전국 맹학교서 받아라” 말만
전문가 “장애인 차별에 해당”


장애인 수험생과 가족들이 수년째 요청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의 점자와 음성 파일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기출문제의 위조 가능성 등을 우려해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19일 전문가들은 시험 대비 등에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평가원 홈페이지의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시각장애인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작성자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도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기출문제 파일을 제공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뿐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평가원 홈페이지에는 같은 내용의 요청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도 “시각장애 학생들이 공부하기 힘들다”며 “수능 모의고사 및 수능 기출문제에 음성인식 바코드를 탑재해달라”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평가원은 계속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에 수능 기출문제를 점자와 음성 파일 형식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파일을 변환하는 등 시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인 서모(23) 씨는 “시각장애 수험생이 직접 기출문제를 점자로 바꿔 활용하는 상황”이라며 “표나 도형 등에 대한 시각장애인용 설명도 시험장에서는 다 제공하면서 기출문제로는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수험생인 강모(18) 양은 “평가원에서 공개하는 PDF 파일은 기본적으로 이미지 파일이어서 점자정보단말기에 입력하면 인식이 잘 안 된다”며 “단말기에 입력하면 그림은 다 잘리고 글자마저도 깨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능 기출문제의 원본이 조작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PDF 파일로만 공개한다”며 “전국에 있는 맹학교에 점자문제지 출력용 파일과 화면낭독용 프로그램 파일을 제공하고 시각장애인이 자료를 요청할 경우 맹학교에서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평가원의 해명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박준용 법무법인 서상 변호사는 “기출문제가 편집되고 훼손될 우려가 있더라도 이는 평가원이 사후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수험생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할 평가원이 맹학교로 일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