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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락 안 닿는 '국선변호사'…'이의 제기' 기한 놓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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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3-11 11:18 조회6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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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군 내 성 폭력, 이후 피해자가 스스로 삶을 정리하도록 만든 사건.

군 수사 기관의 은폐 의혹 못지않게 공군 본부 소속의 국선 변호사가 아무런 도움 없이 피해자를 방치한 의혹도 공분을 키웠습니다.

[故 이 중사 아버지]
"적극적으로 하셔야 될 것 같지 않아요?"
[국선변호사]
"하하하, 네."
[故 이 중사 아버지]
"웃어요?"
[국선변호사]
"아니요. 아니요. 그게."
[故 이 중사 아버지]
"사람이, 죽은 사람의 아버지 앞에서 웃어?"

민간에도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선 변호사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도움은 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양소연 기자가 그 사연을 들어 보았습니다.

리포트

성추행과 불법촬영 피해자인 30대 박 모 씨, 고 이 중사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정부가 붙여 준 국선변호사 때문입니다.

재판 시작을 코앞에 두고야 연락이 닿았지만, 뜻밖의 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박 모 씨/성범죄 피해자]
"첫 공판일이 이틀 뒤인데 (국선변호사가) '지금 해외에 나가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냐' 했더니 '상관 없다'고 '원래 공판에 다 안들어간다. 변호사들은.'"

박 씨는 재판을 지켜볼 수도 없었습니다.

가해자와 마주칠 엄두가 안 났던 겁니다.

[박 모 씨/성범죄 피해자]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너무 당연하게 (재판에) 같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을 했었고. 저를 대신해서 (변호)해 주는 사람이잖아요."

딱 한 번, 피해자 증언을 위해 법정에 나갔을 땐 눈물까지 흘렸는데, 이날 처음 만난 국선변호사는 도리어 면박을 줬다고 합니다.

[박 모 씨/성범죄 피해자]
"너무 무서운 거예요. (국선)변호사가 '왜 우세요?' 이러더라고요. 피해자가 얼마나 공포스럽고, 혹시나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는데 (감정을) 아예 모르는구나."

이 같은 국선변호사들과의 악연, 박 씨뿐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진술을 제대로 못한다며 타박하거나, 가해자의 편에 선 것처럼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노선이/한국성폭력상담소]
"'가해자가 나이도 젊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창창한 사람인데 합의해줘라' (이런 식으로)"

한두 달씩 연락이 안 되는 건 예사이고, 자신의 이메일 주소 말고는 다른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 국선변호사도 있습니다.

가해자가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난 사실도 모른 채, 변호사의 연락만 기다리다 이의 제기 기한마저 놓치기도 합니다.

[노선이/한국성폭력상담소]
"(피해자가) 자주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연락을 하셨는데 그때마다 변호사분이랑 연락이 닿지 않았죠. 그래서 4개월 정도 후에 경찰에다 전화를 했더니 '불기소가 됐다'는…"

심지어 형사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손해배상 민사 소송 대리인으로 먼저 선임해 달라는 변호사들까지.

[천정아/변호사]
"수사 중이고, 아직 기소도 안 됐고, 아직 1심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민사 사선 사건으로 수임을 해서 수임료를 받는다든가."

성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단죄하는데도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짐을 덜어주겠다며 선임된 국선변호사들이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는 건데요.

도입한 지 10년째라는 성범죄 피해 국선변호사제의 속사정, 이재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작년 10월, 변호사 A 씨는 성범죄 피해 여성에게 국선 자격으로 법률 조언을 하다 쫓겨났습니다.

어이없게도 상담 도중 피해자를 성추행한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겁니다.

지난 2012년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유일한 퇴출 사례입니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의 '국선변호인'은 재판 단계에서 법원이 '피고인'에게 제공하는 법률 조력입니다.

이와 달리 성범죄나 아동학대 등 특정 범죄의 경우, 수사 초기부터 정부가 '피해자'에게도 '국선변호사'를 붙여 줍니다.

500여 명의 등록 변호사들 가운데 일선 검찰청이 무작위 배정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지금껏 제대로 된 실태 조사 한 번 없었습니다.

[강동욱/동국대 교수]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체제가 잘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결국에는 피해자 보호는 부수적인, 검찰 입장에서 보면 아직까지도 여전히 부수적인 입장에 있어서 아마 그런 것 같은데."

국선변호사들도 할 말이 없지는 않습니다.

쏟아야 하는 노력에 비해 보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겁니다.

1, 2, 3심 재판 단계마다 보수가 일괄 지급되는 일반 국선과 달리, 피해자 국선은 서면 제출, 수사 참여 등 구체적 행위별로 보수를 청구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수 총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3년 전 '예산이 없다'며 절반으로 깎였습니다.

[천정아/前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가 적어) 다른 사선 사건이 들어온다면 그 사선 사건에 당연히 더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을 거고. (그래서) '피해자 국선'이라는 게 결국은 '내가 공익 활동을 하겠다' 좀 의지가 필요하거든요."

또 피해자는 형사 절차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수사나 재판 정보를 얻는 데 제약이 많고 공판 일정을 정하는 데 관여할 수 없어 재판 날짜를 맞추기도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김예원/피해자 국선변호사]
"(국선변호사에게는) 법률 지원이라든가 사회복지 체계라든가 다양한 것들을 연결할 수 있는 많은 업무 범위가 있습니다. 전문성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하는 구조로 변화가 돼야…"

형사 피해자 지원만을 담당하는 국선변호사는 현재 전국 23명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건 수임에 눈을 돌리지 않는 이들 전담 인력부터 당장 늘리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출처: MBC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83976_349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