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인터뷰] 학대아동 즉각분리제도가 '졸속'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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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3-11 11:29 조회6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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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범죄피해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학대아동 즉각분리제도에 대해 "기반시설에 대한 확충도 없고, 아동의 심리나 욕구가 고려되지 않은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5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즉각분리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즉각분리제도는 지난해 12월 개정돼 올해 3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아동복지법을 일컫는다. 1년 이내에 2회 이상 학대신고된 경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피해 아동과 가해자를 즉각 분리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6월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7월 창녕 아동학대 사건에 이어 10월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일명 '정인이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마련됐다.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동문서답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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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4차 공판이 열린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김 변호사는 그러나 "양천 사건에서의 문제는 세 번의 신고에도 공권력이 작동 안 했다는 것, 즉 '현장의 비전문성'이 문제였는데 정부는 '2회 신고받으면 분리'라는 식으로 동문서답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문제를 수식화, 단순화해 생각하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더했다. 그는 "7년 전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 터지면서 아이들이 사망하니까 경찰청이 3번 학대 신고되면 가해자를 구속시키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양천 사건 가해자는 (애초에) 구속을 시켰어야 한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이미 아동학대처벌법에 응급조치 조항이 있었다. 졸속으로 들어온 즉각분리제도와는 전혀 다르다"며 기존 제도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응급조치 제도는 피해 아동을 72시간(추가 48시간까지) 임시 보호하며 집에 돌아가도 되는 건지, 아픈 데는 없는지 체크하고, 아동의 초기 진술을 통해 위험도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분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의 아동보호명령이나 가해자 임시조치라는 사법 통제를 할 수 있고, 그 사이 무분별하게 분리돼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다.

"분리된 아동 욕구나 심리 고려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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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암웨이 지원으로 경기 수원시의 한 다세대주택에 마련된 쉼터에서 어린이들이 악기를 배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 변호사는 "직접 아이들을 만나본 결과 분리된 아이들의 심리적 케어가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고했을 때의 마음, 분리되고 나서의 마음이 계속 달라지는데 그런 걸 정서적으로 케어하는 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근데 (정부는) 그걸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③ 분리 결정 시 아동의 욕구가 고려되지 않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아동을 분리한다는 건 아동의 인생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정도로 단단한 각오를 해야 하는 문제인데, 분리만 해놓고 담당관은 이직하고 아이는 연락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될 때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④"분리된 아동의 거처가 부족해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이나 보육원, 심지어 가출청소년 쉼터까지 피해아동을 욱여넣고 있는 실정"이라는 실상도 전했다.

이어 "장애인, 여성, 남성, 형제가 같이 분리돼야 하는 경우 등 피해 아동의 상황과 욕구는 다양한데 현재 운영하는 쉼터로는 수요를 맞출 수 없다"는 사실도 덧붙여 강조했다.

"아동의 목소리,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김 변호사는 현재의 '과감한 입법'은 아동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아동은 아무것도 못할 거야', '생각도 없고 지시하는 대로 따르라는 게 제일 좋을 거야'라는 발상에서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동 한 명이 영영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면 15년, 20년 밖에서 살아야 될 수도 있는 문제"라며 제도를 설계할 때 현장의 상황, 통계뿐만 아니라 아동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0510450003011?di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