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웃음 뒤섞인 2018 장애계
장애등급제 폐지 등 성과 달성해
예산 부족·탁상공론 정책 ‘아쉬움’
2019, 제도 개편 이슈에 주목해야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 반영되길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투데이신문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18년 장애계는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발달장애 당사자와 가족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해 집단 삭발식을 거행하고 66일간 농성을 벌이며 청와대 문을 두드렸다. 정부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라는 대안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필요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당사자와 가족들의 울부짖음은 계속되고 있다.

또 연이어 알려진 특수학교 장애학생 폭행 사건은 국민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정부가 장애학생 인권보호 종합대책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상황을 면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이 밖에도 ‘장애인 탈시설화’ 원칙에 따라 장애인들의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시작됐으나 미비한 지원책 탓에 당사자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고,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있지만 장애계 요구와 맞지 않는 안들만 탁상공론돼 결국 이름만 바꾼 ‘제2의 장애등급제’가 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의 장애문제 의제화와 이행노력에 비하면 결과물이 미미해 ‘속 빈 강정’이라는 아쉬운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에 약속했던 여러 정책들이 탄력을 받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남아있는 숙제들은 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5일 김예원 변호사를 만나 지난해 장애계 전반을 되짚어보고, 올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주목해야 할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투데이신문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투데이신문

Q. 지난해 다양한 장애 이슈가 있었다. 2018년 한국의 장애계 전반을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발달장애인에 대한 종합지원 강화, 장애인 탈시설화 등의 여러 장애 정책 기준을 제시했다. 지난해 9월 발달장애인 종합대책이 수립됐고, 올해 7월부터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 아울러 장애인 탈시설화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 있지만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며 정권 초기에 나왔던 여러 정책들이 탄력을 받아 역동적으로 돌아간 한 해였다고 본다.

Q. 장애학생 부모들의 무릎 호소 논란을 낳은 ‘강서 특수학교 설립’이 1년여 만에 합의에 성공했다.

강서 특수학교는 양측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주목받은 사건이다. 이 한 사례만 가지고 말하고 싶진 않다. 강서 특수학교 사례는 장애학생들이 이 사회에서 배제 받는 게 일상화돼있고, 말로는 통합교육을 논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정도라고 생각한다. 강서 특수학교 같은 사례는 언론에 하나하나 보도되지 않을 뿐 지금도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특수학교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장애학생들이 배척·차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7년 9월 5일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림 교육감-주민토론회 ⓒ뉴시스
지난 2017년 9월 5일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림 교육감-주민토론회 ⓒ뉴시스

Q.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22개의 특수학교를 신설·증설하고 특수학급을 1250개 늘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특수학교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한다. 현행법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에 처하도록 규정돼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돼있어 장애학생들은 원하는 학교에, 특히 일반 학교에 갈 수 없으니 특수학교에 목맬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특수학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까 수요를 반영해 정책적으로 특수학교를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뜻이다.

그러나 특수학교를 많이 증설하는 게 과연 아이들의 통합교육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생긴다.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장애인만을 위한 학교가 도움이 되는 지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성인기에 진입하고 지역사회로 흡수되면 한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 분리된 교육을 받아오던 장애학생들에게는 쉽지 않다. 학창시절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하는 과정을 겪어야 성인이 되더라도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될 수 있다. 특수학교 증설보다는 아이들을 분리하지 않은 통합교육의 올바른 방향과 교육현장에 진입할 때 거부당하지 않을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장애학생이 입학했을 때 개별화교육위원회 등 지원계획을 세우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기틀은 이미 다져졌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이행되지 않는 게 문제다.

Q. 특수학교 설립의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인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안타깝고 화나는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의 한 사례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한 중학교의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해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을 추진했으나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빚게 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가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 반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목적과 헌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결정 내린 바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특수학교 폭력사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 ⓒ뉴시스

Q. 특수학교에서 연이은 폭력 사건이 발생하며 논란이 됐는데.

우선 사회복무요원에 의해 일어난 폭력 사건만 놓고 보면, 사회복무요원은 군인이 입대할 때와 같은 교육을 받고 사회복지 현장에 던져지는 입장이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 거다. 그들이 장애나 사회복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통령 훈령을 보면 사회복무요원은 사회복지시설에 가장 먼저 배치하도록 돼있는데, 배치됐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 훈련을 받은 사회복지사도 하기 어려운 일인데 사회복무요원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한편 교사에 의한 폭력 사건은 학교가 애초에 분리돼 수용시설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이 적고 그들만의 세상이 되면 그런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나.

Q. 이후 정부가 장애학생에 대한 인권침해에 적극적으로 감지·대응하고 예방하는 체제를 골자로 한 ‘장애학생 인권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대게 그러한 대책들은 당시에 이슈화된 사례를 주먹구구식으로 막아내는 느낌이다. 예컨대 사립유치원을 폐업하면 형사처벌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뜻에서 그런 정책을 펼친 건진 알겠으나 단순히 ‘유치원 문 닫으면 감옥 갈 거다’라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대책들을 보면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보다는 어떤 사건이 이슈되고 이를 쫓는 카메라가 많아지자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느낌이다. 이전에도 특수학교 폭력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됐음에도 별말 없다가 갑자기 연이어 일이 터지니까 장관이 나와서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보면 알겠지만 이전에 나온 대책 그대로다. 그걸 어떻게 실효성 있게 적용할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급조됐다는 생각이 든다.

Q.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학교는 (폭력 사건 등이 발생해도) 원래의 방식대로 돌아간다. 예를 들어 A교사가 B와 C라는 학생을 지속적으로 폭행해온 사실이 발각됐다. 이때 B와 C학생만 A교사에게 교육받지 못하게 조치한다. 피해 학생은 가해자를 보면 몸서리가 쳐지고 학교라는 말만 들어도 구토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학교는 다른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아선 안 되고 정확히 죄가 판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의 밥줄을 끊을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같은 사안을 가해자 중심에서 읽느냐,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굉장한 차이가 있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학교 현장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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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3월 24일 열린 인강재단 장애인 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 ⓒ뉴시스

Q.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가족에 이끌려 산골짜기에 가서 수십년을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2017년 인권위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요양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했을 때 놀라운 사례가 있었다. 가족에게 이끌려 시설에 입소했는데 집에 돌아가고 싶지만 반길 사람이 없고, 홀로 나가서는 갈 데가 없어 결국 10대부터 50대를 시설에서 보냈다고 하더라. ‘장애인은 시설에, 비장애인은 지역사회에’라는 과거 담론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며 비장애인과 재밌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때문에 장애인의 탈시설화는 정당성 있는 요구라고 본다.

Q. 한국은 장애인의 탈시설화 지원을 위한 법 제도 근거가 미비하다던데.

탈시설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은 아예 없고, 독립법안으로 입법하려는 움직임은 있으나 시도된 바는 없다. 복지법 아래 풀기에는 기존 시설들의 기득권이 인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법령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 같다. 스웨덴은 모든 강제 수용시설을 폐쇄하는 법을 만들었다. 단계적으로 수용시설을 없애며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 살게 하고, 정신병원 정도의 시설만 남긴 후 폐쇄를 추진한 거다. 지금 있는 우리나라의 법 체제에서 해결하기에는 탈시설화라는 담론은 매우 크다. 더 큰 그릇에 담을 수 있어야겠다.

Q. 무엇보다 시설에서 벗어난 이후의 삶에 대한 지원도 중요할 것 같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학창시절 기숙사 생활만 하다가 사회인이 됐을 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해보면 된다. 바로 의식주 해결이다. 시설 측에서는 한 시설당 수용인원을 줄이는 ‘시설 소규모화’를 실시하겠다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여전히 통제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탈시설화의 목적은 인간의 존엄과 자율성 존중이다. 물론 자율성을 부여했을 때 일상생활에 위험이 발생할 순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지원사 제도가 있다. 탈시설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여전한 시설 소규모화를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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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30일 열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광화문 만인소에 참석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들 ⓒ뉴시스

Q. 발달장애 부모 209명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며 삭발식까지 거행했다.

중증장애인일수록 사회에 갈 만한 곳이 없다. 시설조차도 경증 장애인을 우선으로 수용한다. 의사소통과 자기 신병 처리가 가능해야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조차도 어려운 장애인은 가족들이 알아서 돌보라는 상황인 거다. 보호작업장에서 거부당하고 병원에도 가지 못해 결국 집에만 있게 되면 장애인은 답답한 상황에 방치되는 상황에 내몰린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발달장애가족들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치매 국가책임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하라는 게 아니다. 숨이라도 쉴 수 있을 만큼만 해달라는 거다. 개인은 시간이나 능력이 한계가 있지만 국가나 기업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하다. 그게 공동체의 힘인 것이고, 발달장애문제도 공동체가 함께 풀어나가자는 거다.

Q. 기존에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지원을 보장하기 위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이 있음에도 국가책임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발달장애인법은 크게 ‘개인별 서비스지원계획 수립’과 특정 강력범죄에 대해 발달장애인 센터에서 도움을 주고 공공후견제도를 연결하는 ‘권리옹호’를 포함한다. 이게 전부다. 서비스지원계획을 수립해 발달장애인의 보호작업장 혹은 근로작업장 취업을 돕는 건 좋다. 하지만 이건 신청 기관 서비스다. 즉, 당사자가 직접 시간을 내서 신청을 하고 상담을 해야만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건데, 발달장애인의 삶은 사실상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률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발달장애인가족들의 고충이라도 조금 덜어주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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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26번째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투쟁결의대회 ⓒ뉴시스

Q. 정부가 올해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약속했지만, 장애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장애등급제는 돼지고기 등급 매기듯 장애의 등급을 나눴다. 그러다 보니 경증 장애인이지만 스스로 생존할 수 없음에도 단순히 등급이 높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래서 나온 게 장애등급제 폐지고, 정부가 대체안으로 종합조사도구를 제시했다. 조사를 해서 점수를 매긴다는 얘긴데, ‘3급이라 활동지원이 안 된다’와 ‘300점이 안 돼서 활동지원이 안 된다’는 무슨 차이인가. 말장난이다. 결국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종합조사도구에 발달장애 관련 질문이 10개, 청각장애 관련 질문이 3개라면 상대적으로 발달장애인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아무리 조사표를 세밀히 짜더라도 문항 수 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이 재단하기보다는 당사자가 주축이 돼 그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야 한다.

Q. ‘5호선 신길역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를 없애고 일동선 엘리베이터를 설치를 촉구하는 그린라이트 시위가 수일간 계속됐다. 장애인의 이동권 욕구도 커지고 있는데.

이동권은 정보접근권과 같은 맥락이다. 이동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이동을 통해 어떤 행위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친구를 만나거나 일을 하는 등 행위의 가능성이 모두 봉쇄된다. 장애인 이동권은 굉장히 중요하고 오래전부터 논의된 이슈지만 잘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막대한 비용 투자보다는 논의가 파편화돼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장애인의 날이 오면 매년 이동권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지만 그때뿐이다. 장애인 이동권은 사골 우려먹듯 단골 이슈로 소모될 뿐이지만 정작 현실에는 변화가 없다.

Q. 장애인 근로자의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공공부문 3.4%, 민간부문 3.1% 정도인데, 그것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를 어길 시 고용부담금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도 말이다.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보호작업장에서는 주 52시간, 한 달에 200시간 일해도 받는 돈은 고작 8만원이다. 게다가 훈련비 명목으로 4만원을 가져간다. 교통비도 안 나오는데 못 들어가서 안달이다. 장애인 고용률 개선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채용을 늘렸다가 지나고 나면 해고해버려 고용불안정도 굉장히 심하다. 기업에서는 ‘무슨 장애인이 일을 하느냐’고 하는데 국가가 나선다 한들 현장의 이 같은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아울러 노동활동으로 수익이 생기면 수급비를 깎아버려 장애인 당사자의 고용 욕구를 감소시키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수급비 100만원을 받는 장애인이 공공근로라도 해서 30만원의 수입이 생기면 그만큼을 제외한 70만원만 지원받게 되는데 누가 일을 하고 싶겠나.

Q. 여성 장애인은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이중 차별을 겪기도 하는데.

장애여성은 출산과 육아, 사회참여, 문화예술 활동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도 어렵고, 출산이나 육아에 있어서도 ‘네가 뭘 하겠느냐’는 식의 시선에 쉽게 노출된다. 장애여성의 사회진입 과정이나 교육 진학 과정 등 상황을 반영해 UN장애인권리협약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장애여성을 위한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극복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투데이신문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투데이신문

Q. 이 같은 문제들은 결국 장애인 차별과 혐오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에게 대놓고 욕을 하면 기본 소양이 안 된 사람이다’라고 사회적 합의가 돼있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 캠페인 등에서 주의를 끌기 위해 내거는 슬로건)도 쓰이고 있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구태여 ‘너도 언젠가 장애인이 될 수 있으니 미리 잘해야 된다’는 움직임은 좋지 않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다름에 대해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도의 성장을 이루다 보니 나 혹은 내 가족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매우 큰 것 같다. 나부터 안전해야 하다 보니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 단순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라고 표현하기는 복잡한 문제다.

Q. 올해는 장애계의 어떤 이슈에 주목해야 할까.

당장 제도 개편되고 있는 부분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 제정 이후 1989년 장애인복지법으로 한차례 바뀌고 나서 지금까지 그 체제가 유지됐다. 40여년 된 법의 전면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계에서도 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아울러 인간의 존엄한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를 법에 잘 담자는 움직임이 있어 이 부분도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Q. 2019년은 장애계에 있어 어떤 한 해가 되길 바라나.

올해도 장애계의 죽음, 삭발 같은 이슈는 계속 있을 거다. 이런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기엔 현실이 무겁다. 때문에 문제가 없어지길 바라기보다는 권리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민(民) 중심이든 관(官) 중심이든 우리 사회가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더 끄집어내고 다가가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 역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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