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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이동환 목사 출교, 예수는 기뻐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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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16 04:33 조회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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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12241955025 

 

세계인권주간이던 12월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는 이동환 목사가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출교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학교로 치면 퇴학이고, 직장으로 치면 해임이다. 성소수자 앞에서 목사 가운을 입고 기도하는 것은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출교의 이유였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지난 18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교리 선언문을 통해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한 축복을 집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했고, 교황은 이를 공식 승인했다. 사제의 축복을 받아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려는 모든 상황 속 사람들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 승인의 이유였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를 정죄하고 밀어내면 성소수자는 마치 신으로부터 저주를 받는 듯한 낙심에 처하게 된다. 이번 교황청의 승인 이후 많은 성소수자가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12월에 사제에게 축복받길 원하며 축복식에 참여하는 용기를 내고 있다. 

창조의 섭리는 참 오묘하고 복잡하다. 여성의 성염색체 구성은 XX이지만, XO로 태어나는 터너증후군 여성이 2500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남성의 성염색체 구성은 XY이지만, XXY로 태어나는 클라인펠터증후군 남성도 1000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는 간성(인터섹스)은 1000명 중 17명 정도에 이른다. 이 중 어떤 염색체나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날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와 무관하게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는 이성을 좋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람도 있으며, 이성의 눈길이나 손길이 생경하고 불편한 자신을 알아채고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괴로워하다 끝내 삶을 놓은 사람들도 있다. 

타인을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 여기거나 대상으로 삼는 행위, 사회를 병들게 하는 성적 문란과 방종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고 마땅하다. 그 비판의 기준은 이성애와 동성애, 혼인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그럼에도 이를 세심히 분별하지 않고 무리하게 동성애에 덮어씌우면 혐오가 된다. 밑도 끝도 없이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죄악이나 불결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혐오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그 당사자를 사회로부터 꼭꼭 숨게끔 만든다. 마음을 위축시키고 행동을 주저하게 함으로써 온전한 의지와 개성을 가진 그 사람 고유의 존재로 살기 어렵게 만드는 나쁜 힘이 있다. 차별을 조장하기도 한다. 자유 안에 타인을 존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에 훔치거나 때릴 자유, 차별하거나 혐오할 자유 따위는 없다.

어려운 증후군 이름은 몰라도 된다. LGBTI가 무슨 단어들의 약자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다만,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나는 주변의 장애인, 이주민, 가족이 없거나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소수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았는지 돌아보면 어떨까. 이동환 목사는 출교 구형을 받고 재판에서 이렇게 최후 진술을 했다. “우리는 왜 왼손잡이가 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창조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왜 게이와 레즈비언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창조된 것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은 목양하는 것이고 포용하고 환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회로부터 차별과 배제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교회가 피난처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혐오는 사랑을 이길 수 없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당신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수자 친구가 생기길 바란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했던 예수의 삶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