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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문] ‘정인이’ 살해한 양모 징역 35년 확정···아동학대 경각심 환기, 구조적 해결책 과제도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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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04 06:59 조회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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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4281503001 

 

 

 

 

‘사건 이후의 회복’을 담당하는 아보전도 과로에 허덕인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전국에 73곳뿐이다. 지난해 상담원 1명당 약 76건의 사례를 맡았다. 전남의 한 아보전 팀장 A씨는 “광역시인데 아보전이 2개밖에 없는 지자체도 있다”면서 “가족기능 회복 프로세스가 강화되면서 일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지역적 접근성과 인력 확충이 뒤따라야 아동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권한을 쪼개 놓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여럿 대리해 온 김예원 변호사는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의 협업이 아니라 책임전가로 왜곡될 수 있는데, 그를 막기 위한 대책이 없다”면서 “법 시행 초기에는 아동 진술을 참관하기 위해 경찰과 공무원이 해바라기센터 등에 다 오곤 했는데, 요즘은 아무도 안 오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즉각분리는 독…“행정 편의적 조치” 지적도 

‘정인이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즉각분리제였다. 1년에 2회 이상 학대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은 학대 판정과 관계없이 즉시 분리해 보호하는 것이다. 정인이가 3회 신고에도 양부모로부터 분리되지 못하고 결국 사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즉각분리제가 시행된 지난해 3월30일부터 12월31일까지 1043건의 즉각분리가 이뤄졌고, 그 중 94.2%인 982건이 학대사건으로 확인됐다. 

즉각분리제는 위기 아동을 신속하게 구출할 수 있지만, 아동학대 실무자들과 전문가들은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피해아동의 ‘분리 이후’가 세심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해결의 대원칙인 ‘원가정의 회복’ 대책 없이 아동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단 시설로 분리하는 게 도리어 아동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적어도 아동의 욕구를 제도 안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해야 한다”며 “원치않는 시설 분리로 불안에 빠지거나 자해를 시도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강현아 교수는 “즉각분리는 양날의 검이다.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면도 있지만, 분리가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냐는 평가가 선행되기보다는 즉각성만 강조돼 우려된다”며 “특히 학대피해아동이 어리거나 학대행위가 심각할수록 분리 이후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한 이슈인데 인프라 문제는 깊게 논의되지 못했다”고 했다. 

사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 행정편의적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위급한 상황이라면 분리의 필요성이 있지만 (즉각분리제는)분리하는 과정에 통제가 없고 명시적인 기한 제한도 없다”며 “기존의 응급조치제도도 아동 분리에 효과가 있었고 법원·검찰의 검토 등 제도적 적절성까지 갖췄다. 이 제도를 실효성있게 가다듬지 않은 채 즉각분리제 도입은 옥상옥”이라고 했다.

 

■40여개 법안 쏟아낸 정치권…“단기적 대책 넘어 구조적 해결을” 

정인이 사건이 이슈화된 2~3달 동안 국회는 40여개의 ‘정인이법’을 쏟아냈다. 국민적 공분을 의식해 쏟아낸 이 법안들 중 대다수가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월 서둘러 ‘1차 법안’을 통과시킨 뒤 2월에 빠진 내용을 다시 논의해 ‘2차 법안’을 통과시키는 촌극도 빚었다. 이후에도 계속 법 개정을 거쳤다. 즉각분리제의 한계나 열악한 인프라 등 문제도 이 속도전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권이 ‘단기적 대책’을 넘어 구조적·장기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원 변호사는 “원가정 회복은 적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지만 그게 정답”이라며 “영국은 ‘아동학대’라는 말 대신 ‘가정지원’이라고 쓰는 등 아동인권 선진국은 가정에 집중한다. 손쉬운 행정적 해결책만 찾아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