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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아닌 건 아니어야 좋은 세상…'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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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10 10:14 조회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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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842777&plink=ORI&cooper=NAVER 

 

 

 

"네, 형법 제329조 위반 절도죄 현행범 되시겠습니다." 그날 처음 본 사람에게 내가 처음 건넨 말이었다. 다행히 나와 비슷한 심정의 사람이 많았는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와하하 웃음이 터졌고 그도 겸연쩍은 듯 웃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는 역시 텀블러를 반납하지 않았고, 직원은 미회수 텀블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세상은 느리게 변한다. 결국 세상을 변하게 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변화다. 텀블러를 끝내 반납하지 않았던 그가 살아가며 '절도'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약간씩 불편해지기를 바란다. 스스로 돌이켜서 변화하기 어려운 우리네 인생에 때로는 그런 작은 파동들이 작동한다는 것을 믿는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7월이 흘러갔습니다. 꽤 더웠고 안팎으로 일이 많아 바빴구나 정도의 기억, 그리고 일과 무관하게 넋 놓고 본 유일한 드라마 한 편이 있었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워낙 화제인 데다 이때다 싶었는지 쏟아지는 관련 칼럼과 기사, 콘텐츠가 많았죠.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이번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이 드라마가 떠오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인 우영우를 포함해 종종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자기 권리를 온전하게 주장할 수 없는 그런 상황과 순간, 장소 등등. 왜 그럴까 하면 장애인이라서, 아는 게 없어서, 가난해서, 나이가 어려서... 통칭하면 '약자'라고 할 수 있겠죠. 장애인, 아동, 여타 소수자... 주로 김예원 변호사가 변호하는 이들은 드라마와 이렇게 겹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변호사이자 (시민단체) 활동가라고 합니다. 그 자신도 시각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라는 점, 아이 셋이 있는 엄마이면서 그래서 워킹맘이고 여성이라는 특성이 영향을 줬겠지만 이렇게 소수자의 편에 선 변호사가 되기엔 아무래도 그 자신이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 그랬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예원 변호사가 쓴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이 이번 주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입니다. 

 

"사건 속에서 내가 힘을 보태는 일은 '이 사람이 원하는 진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정작 사회는 '한 사람의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는 것 같지 않다. 기술은 이미 3차원 가상세계가 통용되는 메타버스의 시대로 진일보했음에도 사회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인권 감수성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획일적인 기준으로 사람들을 줄 세우고, 피부색이나 성별, 출신 배경, 장애와 같은 다양한 소수성을 차별의 도구로 삼는 일이 여전하다." "법정에서 사회의 어두운 축소판인 사건들을 하나하나 펼쳐보면 더 절망스러울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짓밟았으면서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는 인간, 자기 합리화의 달인들을 거의 매 사건마다 마주한다. 연약하고 추악한 인간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왠지 이 일을 금방 그만둘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별로 무난하지 않았던 내 성격 때문인 듯싶다." -<들어가며>에서 

 

자기 스스로 권리 옹호가 불가능한 피해자들을 돕고, '한 사람의 온전한 회복'을 바라는 게 어쩌면 그리 크지 않은 소박한 바람처럼 보이지만 제약이 많고 고충이 많습니다. 장애인, 아동, 여성, 성소수자, 이런 조건을 중첩해 가진 사람들, 다수가 아니고 주류가 아니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간과하거나 무시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런 폭력을 여느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에서 저지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악의적으로 저러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그냥 넘어갈까 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 마음을 어떻게라도 표현해버리는 나 자신이 솔직히 좀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세상은 느리게 변한다. 결국 세상을 변하게 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변화다. 텀블러를 끝내 반납하지 않았던 그가 살아가며 '절도'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약간씩 불편해지기를 바란다. 스스로 돌이켜서 변화하기 어려운 우리네 인생에 때로는 그런 작은 파동들이 작동한다는 것을 믿는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좋은 세상이 온다>에서 

 

오래된 비유지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신이 아테네에 보낸 등에와 같다고 했습니다. 말이나 소는 덩치가 크고 살이 찌면 움직임이 둔한데 등에는 그런 마소를 찔러서 눈을 뜨게 하고 활기 있게 움직이게도 한다는 거죠.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예원 변호사가 이 사회의 등에 역할을 하는 이들 중 한 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