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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예원 변호사 "장애인도 똑같이 존중하고 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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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5-15 12:35 조회1,9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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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김예원 변호사 ˝장애인도 똑같이 존중하고 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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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인터뷰


[주요 발언]

"장애인 차별,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

"장애인 성폭력, 진술 신빙성 설명 어려워"

"시설 장애인들, 도움 요청 못하는 경우 많아"

"의족 파손, 산업재해 인정 승소 끌어내"


[인터뷰 전문]

살면서 차별 당한 경험 있으시죠. 이유야 어쨌든 불쾌한 일인데요.

그런데 차별이 일상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입니다.

마침 오늘 장애인의 날인데요.

장애인의 권리를 찾아주려고 애쓰는 분이 계시네요.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만나보겠습니다.



▷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 먼저 축하 인사부터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장애인 인권개선에 힘쓰신 공로로 엊그제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받으셨더라고요.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기분이 어떠세요?

▶ 사실 저보다 상받을 만한 분들이 굉장히 많으신데 받게 된 것 같아서 죄송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 지난달에는 제1회 곽정숙 인권상도 수상하셨던데, 죄송하다는 수상 소감은 너무 겸손하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 사실입니다. 하하.



▷ 변호사 일을 시작하실 때부터 지금까지 쭉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 변론을 해오셨더라고요. 장애인들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 그게 제가 사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거든요. 그래서 한쪽 눈으로 계속 살아왔었는데, 그러면서도 제가 등록된 장애인이면서도 사실은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서 돌아볼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왜 그러냐면 우리나라는 통합교육이 진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데다가, 또 대다수의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 경우에는 지금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잘 마주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 생각해 볼 계기가 많이 없었다가, 제가 사법연수원 수료를 하고 공익재단법인 동천이라는 곳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주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을 피해자 대리 하면서 사실은 더 많이 알게 됐고요. 그때부터 점점 알게 되어서 장애인들의 삶의 실상이라든가 일상적인 차별이라든가 이런 것에 개입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 네, 저는 한쪽 눈은 보이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생활상은 없어요.



▷ 그래도 양쪽 시력을 다 잃으신 분보다는 고충이나 차별을 덜 겪지 않으실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어떠세요?

▶ 같은 장애유형이라고 해도 받는 차별의 정도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한쪽 눈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외부에서 봤을 때는 얼굴에서 드러나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면장애인이나 장애인들이 당하는 차별을 겪었다면, 시각장애인 같은 경우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해서 당하는 일상적인 차별들이 있을 수 있고요. 똑같은 장애유형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특성이나 그 사람의 성향이나 이런 것에 따라서 생활 속에서 당하는 차별의 정도가 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에서 상임변호사로 일하시면서 천 건이 넘는 상담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차별이나 어려움은 어떤 건가요?

▶ 그건 어느 하나 딱 짚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삶의 전 영역에서 나타난다고 보고요. 저는 오히려 생애주기별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가 고민이 되는데, 어릴 때부터는 만약에 장애아로 태어났다거나 그러면 특수교육 진입하는 단계부터 차별이 발생하잖아요. 그리고 학교 학창시절을 거쳐서 성인이 됐을 때 성인으로서 고용이라든가 아니면 사회참여라든가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소한, 물건을 사고 팔고, 관공서에서 내 이름으로 서류를 떼고 이런 것들 있잖아요. 그런 것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차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건들에 대해서 그에 맞춰서 지원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 아무리 차별을 많이 겪는다고 해도 겪을 때마다 마음에 다 상처가 되시는 거잖아요.

▶ 그럼요. 크고 작은 일에 관계없이 다 상처가 되고 마음이 아프죠.



▷ 장애인들 성폭력 피해도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전체 성폭력 피해의 5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하던데, 대부분 피해구제는 제대로 받고 있나요?

▶ 지금 많이 그래도 해바라기센터나 이런 데를 통해서 또 진술조력인 제도 같은 것도 도입이 돼있기는 한데,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진술을 신빙성이거든요. 특히 발달장애나 정신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맨 처음에 진술한 내용과 그 이후에 계속적으로 반복진술이 이루어질 경우에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시설기관이나 법원을 납득시키는 게 좀 어려운 부분이 있고, 또 한 가지는 성폭력이라는 게 권력관계에 의해서 발생하는 건데 장애와 비장애로 인해서 비롯되는 권력관계를 설명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장애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권력관계도 있는데도 그런 부분은 설명하기가 어려운 사건들이 많이 있어서 일반 비장애인 사건과 장애인 사건의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래도 변론을 하시면 결국 통하긴 통합니까?

▶ 통하도록 노력을 해야죠.



▷ 쉽지 않은 일인 거죠.

▶ 네.



▷ 시설에서 지내는 지적장애인들 얘기도 해주셨는데, 그분들 인권침해 사례를 언론을 통해서 종종 듣게 됩니다. 이분들은 상담을 받아도 다시 시설에서 지내니까, 법률지원에 좀 한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어떤가요?

▶ 일반적으로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는 가해자 피해자 분리원칙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진술하실 때 원활하게 하실 수 있게 분리를 시키는 편이고요. 그리고 시설접근권이 있는 곳과 함께 조사를 들어가고 피해자와 충분히 소통을 해서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저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법률지원의 큰 한계가 여태까지 있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시설이라는 곳이 도심보다는 훨씬 떨어져 있잖아요. 어디 가더라도 산골짜기 들어가서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일상적인 접근권이 어려워서 그 시설 생활에 익숙해지신 분들이 전화기를 들지를 못하시는 거예요. 핸드폰도 안 가지고 계시고. 대부분 그러셔서 어떤 일이 있어도 그냥 외부에 어떻게 말할 지조차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더 많은 거죠.



▷ 그런 어려움들이 있었군요. 그동안 승소하신 판결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변호사님의 승소가 장애인들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잖아요.

▶ 가장 많이 알려진 사건이 재단법인 동천에 있을 때 법무법인 태평양과 함께 했던 의족 사건이라는 게 있는데요. 의족을 착용하시고 근무하시던 장애인 분이 넘어지셔 가지고 산업재해로 한쪽 일반 피부는 까지고, 의족은 부서지고 이렇게 됐거든요. 그런데 부서진 쪽이 살이 아니다. 피부가 아니지 않느냐. 이건 신체가 아니다. 이렇게 해가지고 산재 인정이 안 되고 한쪽 다리만 인정이 된거예요.



▷ 의족이 부서진 게 인정이 안 됐군요.

▶ 네. 의족은 살이 아니니까 신체가 아니니까 그거는 산재 처리가 안 된다. 이렇게 해서 2심까지 졌던 사안이었는데, 3심에서 수임을 하면서 이 근로자가 근로를 하기 위해서는 이 다리의 의족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게 단순히 피부에 붙어 있다, 떨어져 있다로 그렇게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해서 대법원에 계속 말씀을 드렸고 그게 받아들여져서 파기환송된 사건이 있었어요.

그리고 또 이외에도 무슨 땡땡노예 사건 이런 것으로 많이 회자되는 장애인 노동착취 피해자 사건들 대리한 것과 학대 피해자 지원한 사건들,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구제소송이라는 게 있거든요. 법원에서 이러이러한 것은 차별이니까 이렇게 하지 말아라, 이렇게 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소송제도가 있는데, 그 소송을 바탕으로 해서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치 안 되어 있는 지하철들 있잖아요. 그런 쪽에 무슨 역에 언제까지 어디어디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 이런식으로 판결을 받아낸 사례도 있었어요.



▷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니셨을지 눈에 선합니다.

▶ 다 같이 했습니다.



▷ 승소하실 때 기분 참 좋으시죠?

▶ 너무 기쁘죠.



▷ 대상자 분들도 엄청나게 기뻐하셨을 것 같은데.

▶ 네. 예상하지 못하니까, 이런 사건들의 승소를 좀 예측하기가 어려우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면 굉장히 기뻐하십니다.



▷ 또 꼭 승소하지 못했더라도 재판 덕분에 문제제기가 된 사건들도 많은 거잖아요?

▶ 대부분 그런 의미로 사실은 하고 있어요.



▷ 사회적으로 더 알리시기 위해서?

▶ 네.



▷ 변호사 일만 해도 바쁘실 텐데 성폭력 상담원,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셨더라고요. 왜 이런 것까지 다 따신 겁니까?

▶ 제가 계속 변호 일을 하다 보니까 사안을 볼 때 자꾸 법적으로만 파악을 하려고 하더라고요. 사실은 그 안에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와 복지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부분도 있어 가지고 그 부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서 사회복지사를 취득했고요. 성폭력 상담원은 아까 전에 장애 성폭력의 특수성을 말씀드렸잖아요. 그런 성폭력 사건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권력관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별도로 공부를 했습니다.



▷ 현재 공익변호사로서 무료로 변론하고 후원도 받지 않으시는데 사무실 임대료, 운영비, 급여는 어떻게 마련하세요?

▶ 임대료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제가 공익활동만 전담한다고 해서 사무실을 하나 작게 마련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임대료는 별도로 들지 않는데. 영리사건을 제가 수임하지 않다 보니까, 그리고 법률적으로는 이게 법률사무소라서 법률사무소는 후원을 받으면 기부금 영수증 처리나 이런 걸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후원을 받는다든가 이런 일은 하고 있지 않고요. 그냥 활동비를 번다는 마음으로 강의도 다니고, 피해자 지원을 하면 국가에서 보수가 나올 때도 있고 해서 그렇게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 장애인들을 위해서 일하고 계신 지금 행복하신 거죠?

▶ 네, 행복합니다.



▷ 장애인들한테 끝으로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보십니까?

▶ 저는 거창한 말씀드리고 싶지 않고요. 사실 간단한 문제예요. 똑같이 인간으로 존중받고 대접받는 것이거든요. 당연히 장애인도 내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낯설 수 있거든요. 낯설 수 있지만, 우리가 길거리에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길거리에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같지 않잖아요. 혐오하듯이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저는 사실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서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되고, 자주 만나야 되고, 눈인사도 자주 하고, 미소도 자주 나누고, 이런 작은 경험들을 통해서 사실은 똑같은 인간으로 존중받고 대접받는 그런 시대가 빨리 올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저부터 좀 반성을 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장애인들을 위해서 무료변론을 하고 계시는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만나봤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인터뷰 고맙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