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제도 개선] 경기도여성가족재단·교육연구원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근절 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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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3-14 10:31 조회5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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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된 이후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가 출현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란 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 인터넷 등이 일반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이를 마치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기술적 활용만이 아닌 교육이나 관계적 영역으로 뻗어나가며 오프라인에서 지내는 시간만큼의 다채로운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뒤따랐다. 특히 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 중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수는 505명으로, 전년도 251명 대비 101.2%나 증가했다.

소위 n번방 사건으로 지칭된 사례에서 알려졌듯이 성폭력이 디지털에 국한되지 않고 더 큰 범죄로 연결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도여성가족재단(대표 정정옥)과 경기도교육연구원(원장 이수광)은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다’라는 구호 아래 현재 디지털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을 디지털 성폭력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과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 5일 개최한 경기도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포럼이 경기도인재개발원 신관211호에서 열려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학습과 폭력, 이중성 가진 디지털 세계

지난 5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에서는 재단과 경기도교육연구원이 함께 마련한 ‘경기도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안 모색’ 정책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청소년들이 만연하게 노출돼 있는 온라인 성착취 및 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됐으며, 김지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인권보호본부장이 좌장을 맡았다.

이혜정 전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피해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디지털 세계의 폭력적 젠더질서 속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한 데 이어 전혜경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주임이 두 번째 발제를 맡아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활동 및 청소년 피해자 사례’를 발표했다.

이혜정 연구위원은 과거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던 성착취 및 성폭력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며 디지털 세계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피해자 심층 면담을 통해 성폭력 피해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를 탐구한 내용을 전했다.

그는 피해자의 유형별 사례를 통해 "청소년들이 네트워킹하고 학습하는 성장 과정에서 디지털 세계는 여성과 청소년에게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나의 신상이 알려져 실제 오프라인 공간으로 폭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해결을 위한 과제로 남성 중심적인 섹슈얼리티 규범 자체에 대한 성찰 및 변화, 그리고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 확장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형식적이고 예방 중심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성교육은 지양돼야 한다"며 "청소년이 실제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구축하고 즐기고 권리로서 누릴 수 있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학교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공적 성교육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 온라인 유포에 대한 불안감 팽배

전혜경 주임은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활동을 통해 실제 접수된 청소년 피해 유형 사례를 공유하고 지난 3월 신설된 지원센터의 역할을 설명했다.

전 주임은 "피해 유형 중 유포 불안이 30.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유포 피해 13.5%, 온라인 그루밍으로 인한 피해 12.6%,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 12.1%로 집계됐다"며 그간의 통계를 설명하면서 불법 촬영된 영상물이 어떠한 경로로 유포될지 모른다는 ‘유포 불안’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현실을 짚었다.

더불어 실제 지원센터로 접수된 주요 유형별로 온라인 그루밍, 몸캠 피싱, 불법 합성(사진 합성·딥페이크), 장애청소년, 불법 촬영의 5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피해자의 피해 과정 및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가해자의 다양한 범죄 수법을 지적했다.

그는 지원센터의 피해자 지원 활동에 대해 "경기도에 거주하거나 재학 및 재직하는 피해자가 전화나 이메일, 카카오톡 채널과 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피해 상황을 요청하면 상담자는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사항을 안내하는 순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피해자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으로는 ▶상담 지원 ▶삭제 및 모니터링 지원 ▶법률 지원 ▶안심 지지 동반자 ▶수사 연계(채증 지원) ▶기타 유관기관 연계를 제시하고 있다고 안내하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공적기구의 존재 필요성과 민간의 책임 있는 자세를 부각했다.

전 주임은 "디지털산업에 관여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피해자 지원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피해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피해 지원 주체로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법률, 문화, 교육에서의 절실한 변화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폭력 예방 및 지원을 위한 조례와 법률 개선 방안’ ▶이해주 인천 명현초등학교 교사가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학교의 역할’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착취 피해 지원에 대하여’ ▶최유경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활동가가 ‘디지털 공간 내 여성 청소년의 성적 실천, 청소년 인권 관점으로 보기’를 주제로 참여했다.

먼저 발언대를 오른 김예원 변호사는 현재 청소년들이 SNS에서 하는 소통이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점을 감안해 관련 입법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개선돼야 할 법적 테두리로 ▶영상물 삭제 지원에 대한 피해자 보호 중심 운영(성폭력방지법 제7조의3 관련) ▶동의 촬영에서의 소지 처벌 공백 해소 필요(아청법 제11조 및 성폭력처벌법 제14조) ▶법률용어의 변경과 용어 개념의 확장 필요 ▶위장 잠입수사가 절실한 온라인 채팅방(아청법 제25조의2 관련) 등을 언급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법률용어 개념의 확장과 관련해 "아직 영상물의 ‘동의 촬영’에 대한 ‘소지죄’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만나 본 청소년 피해자 중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이 유포 불안이기 때문에 처벌 공백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주 교사는 청소년 성 관련 교육을 책임지는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문제로 관점의 부재와 ‘백래시(Backlash-반발성 공격)’를 꼽았다.

이 교사는 현재 교사들과 아이들이 이수하는 성 관련 교육과정의 양과 질 모두를 지적하며, 현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성교육마저 ‘보건교과’에 포함돼 보건위생이나 생활교육 등에 집중돼 있고, 중·고등학교는 의무가 아닌 선택과목에 국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백래시’에 관해서는 "최근 일부 언론이나 커뮤니티 활동으로 인해 페미니즘이나 성에 대해 오염된 이해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보건교사가 성 관련 교육을 진행할 때 교육을 받는 청소년부터 반대자가 되는 현실을 토로했다.

조진경 대표는 10대 여성 청소년이 50대 남성에게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대가성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법적인 성폭행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던 사례를 소개하며 피해 청소년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과 가해자의 처벌 수준 강화를 호소했다.

또 온라인 청소년 성범죄 가해자들이 단순한 그루밍부터 성폭행 및 성매매 알선 강요까지 심화되는 성범죄 진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법적으로 폭행이나 감금 등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성폭행도, 성매매도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피해자 지원만큼은 협소한 규정을 확대해 피해 대상자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유경 활동가는 지난 1월 남성 위주 성적 담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을 중심으로 주최됐던 ‘콘돔 전시회’를 소개하며 "현재 청소년의 성적 욕망이 은밀한 동시에 두려웠던 것으로 여겨져 청소년의 욕망과 실천을 위험하고 금지해야 할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청소년들의 성적 담론이 음성화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청소년은 성적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성에 대해서 알아서도 안 되지만 스스로가 알아서 문제가 될 소지를 잘 구분해야 한다"며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다양한 사회적 여건과 타인과의 관계 경험에 기반한 상호적으로 생성되는 권리"라고 역설했다.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